[이산가족상봉] '형제보다 가까운 사촌'…꿈에 그린 상봉
86세 송종호옹, 그리워한 사촌동생 상봉 신청에 금강산行
(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지성림 기자 = 형제보다 가까운 사촌 형제가 금강산에서 만난다.
24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된 송종호(86) 할아버지가 주인공. 송 할아버지는 꿈에도 그리워하던 사촌 동생 송창호(78) 씨를 만난다.
북측 송창호 씨가 상봉 신청을 함으로써 남측의 송 할아버지와 아들 영진(47) 씨 이외에 2명을 상봉하게 된다.
영진 씨는 "조부께서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생전에 두 차례 하셨는데 탈락했고 부친도 한 차례 했지만 안됐는데 이번에 북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소개했다.
사촌 사이인 송 할아버지와 송창호 씨는 어린 시절 충북 옥천에 살면서 한집에 살았다고 한다. 사촌 간에도 남자와 여자 형제들이 별도로 살면서 송 할아버지가 송창호 씨를 업어 키우다시피 한 탓에 이들은 친형제 이상으로 정이 두터웠던 것.
이어 송 할아버지가 10살 때 송창호 씨 집안은 서울 안암동으로 이사했으며, 그 이후 사범대학에 진학했던 송 할아버지는 지속해서 왕래했으나 6.25 전쟁 와중에 헤어지게 됐다.
서울에서 사업을 했던 송창호 씨의 부친은 전쟁 시기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가리지 않고 집에 찾아오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는데, 누군가가 이를 (남한의 군 정보기관인) 특무대에 신고하는 바람에 "사형을 시키라는 소리가 들렸다"라는 말이 들리자 송창호 씨 집안은 1951년 1·4 후퇴 때 북쪽으로 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송 할아버지의 아들 영진 씨는 "아버지가 요즘 너무 좋아하신다. 평소에도 소주 마시면 '(사촌 동생인) 창호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아버지가) 요즘엔 죽기 전에 만나게 됐다며 자주 우신다"고 상봉 행사를 앞둔 부친의 상황을 소개했다.
영진 씨는 "아버지가 7살, 송창호 씨가 3∼4살 때 찍은 사진이 한장 있고 송창호 씨 부친 사진도 갖고 있으며 사진첩으로 만든 게 있어 들고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원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이라는 고사성어가 새겨진 은반지를 (창호 씨에게) 선물하려고 했었는데 적십자에서 너무 고가의 선물은 안 된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2차 이산가족 상봉단 속초 집결…방북 위한 사전교육 및 건강검진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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