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남북, 동반 4강 가능성에 화기애애"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북한 대표팀이 우리에게 '중국을 짓밟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남북 여자 핸드볼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반 4강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키 찌부부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여자 핸드볼 예선 A조 3차전에서 중국을 33-24로 제압, 3연승을 달리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북한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인도를 49-19로 완파, 2승 1패로 한국을 이어 조 2위에 올라 있다. 북한은 1차전에서 한국에 패했지만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이기며 상승세에 탔다.
한국은 오늘 23일 카자흐스탄까지 꺾고 '조 1위'를 확정하겠다는 각오다.
북한은 23일 중국을 꺾으면 4강 티켓을 가져갈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을 어느 정도 여유로운 점수 차로 제압한 것도 북한에 도움이 된다.
이계청(50)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북한이 중국에 져도 2골 차 내로 진다면 4강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남북은 동반 4강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오늘 북한이 경기장에 먼저 왔는데 우리에게 '중국을 많이 힘들게 해달라. 짓밟으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북한 선수단은 현장 응원석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이 중국을 이겨주기를 바라면서 중국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이기면서 동반 4강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최근 1∼2일 사이에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마주치면 잠깐 멈춰서 한 마디씩 주고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단일팀 이야기도 나오고 동반 4강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아주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감독은 남북 여자 핸드볼이 오는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8득점으로 승리를 이끈 정유라도 "북한 선수들과 마주쳐서 '카자흐스탄을 이겨서 축하한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정유라는 "같이 4강에 가면 진짜 좋을 것 같다"며 "더 좋은 것은 결승에서 같이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도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1차전에서 한국이 북한을 39-22로 크게 이겼을 때는 북한 전력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북한이 아시안게임에서 계속 선전하면 단일팀 추진도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이 감독은 "북한이 우리와 했을 때는 첫 경기여서 좀 둔했던 것 같다. 카자흐스탄전에서 잘했다는데, 선수 이동 시간이 겹쳐서 아쉽게 보지는 못했다"며 "북한은 빠른 핸드볼, 투지 넘치는 핸드볼을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일팀에) 필요한 선수들이 1∼2명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경기장에서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한국 여자 핸드볼을 응원했다.
교민 어린이 핸드볼 팬들은 경기 후 선수들을 둘러싸고 사인을 요청했다. 정유라는 "기쁘다. 한국에서도 많은 응원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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