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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미술관 '어디 지을까, 어떻게 만들까'…9년째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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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미술관 '어디 지을까, 어떻게 만들까'…9년째 탁상공론
2010년 시작…문화재 발견·입지 논란 이어 민선 7기서 재공론화 '제동'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이렇게 오랜 기간 미술관 건립을 논의한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국내 미술계의 한 전문가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렇게 한마디 했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지역 문화계의 최대 사업인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이 그동안 '어디에 지을까, 어떻게 만들까'만 논의하며 9년을 헛돌았지만,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오리무중이다.
시는 올해 7월 시공사를 선정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이 새로 뽑힌 뒤 '시정철학이 담긴 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며 전 시장 시절에 여론 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다시 멈춰 세웠다.
시는 최근 여론 수렴을 다시 하겠다며 공론화 절차인 전문가위원회 회의를 이어갔다. 조만간 시민토론회도 열 계획이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 2010년 시작한 울산 첫 공공미술관 9년째 '하세월'
시립미술관은 시가 총 708억원을 투입해 중구 북정동 1-3번지 일대 부지 6천182㎡, 연면적 1만2천779㎡,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짓기로 했다.
이 사업은 2010년 3선에 성공한 박맹우 시장의 공약에서 시작됐다. 시는 그 해 시립미술관 세미나를 열고 이듬해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방침을 결정한 뒤 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건립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2년 중구의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정하고 건립 사업을 추진하던 2015년 이 부지에서 조선 시대 울산 객사(客舍·외국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가 묵는 숙소) 터가 발굴됐다.
시는 객사 터 보존을 위해 다시 부지를 선정하려 했으나 미술관 건립을 상권 회복의 구심점으로 생각하던 인근의 중구 원도심 상인과 주민들이 부지 이전을 격렬히 반대했다.
시는 중구 북정공원 일대 3곳, 북정공원 맞은편 성남동 일대 4곳, 혁신도시 2곳 등 9곳을 이전 부지로 새로 제시하고 고민한 끝에 2016년 6월 기존 울산초 부지 바로 옆 중구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부지에 미술관을 짓기로 재결정했다.
당시 상인들의 반발에다 완전히 새 부지로 이전하려면 모든 행정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고 건립 시기도 늦춰진다는 부담 등이 작용했다.
객사 터 발견에 이은 새 부지 선정 논란까지 겹치며 미술관 건립 시기도 결국 2017년 말 완공 목표에서 다시 3년이나 늦춰진 2020년으로 연기됐다.
힘겨운 여정을 거친 뒤 울산시는 2020년 12월 준공 목표로 올해 7월 시공사를 선정하고 8월에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 민선 7기서 제동…여론 수렴 위해 다시 연기
민선 7기 인수위원회가 문화예술 분과보고회에서 미술관 건립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부족했고, 민선 7기의 시정철학이 담긴 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느닷없이 시공사 선정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공사입찰 취소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미술관 건립 사업은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인수위 결정에 따르기로 한 울산시는 전문가위원회와 시민 대토론회라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전문가위원회는 건축설계안과 운영방안을 논의해 시민 대토론회에 상정하고,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상정된 개선안을 확정하고 시장에게 권고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재공론화 과정을 밟게 되면서 미술관은 착공까지 1년가량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술관 운영방안 등 소프트웨어 변경뿐만 아니라 기존 설계나 부지 이전까지 바꾸는 하드웨어 변화까지 검토될 경우 건립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
공론화 과정에 대해서는 시간·경제적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울산시는 이미 오랜 시간 공론화와 다름없는 여론 수렴 절차를 밟아왔다.
당초 2016년 건립자문위원회가 구성된 뒤 10여 차례 이상 전문가회의가 열렸고 심포지엄과 토론회, 간담회, 설문조사, 연구용역,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안팎의 다양한 여론을 청취했다. 여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됐다.
자문위원을 지낸 한 관계자는 "민선 7기 시정철학과 시민여론 반영을 위해 공사를 코앞에 두고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론화를 다시 한다는 것도 그동안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 쏟아지는 의제…접점 찾기까지 갈 길 멀어
공론화 과정도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여러 가지 의제가 계속 쏟아지고 있고, 접점을 찾기 위한 찬반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일부터 공론화 절차를 위한 첫 전문가위원회가 잇따라 열렸고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일부 위원은 공론화 과정을 두고 초반부터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회의 자리인지, 요식 행위인지 모르겠다"거나 "그동안의 (전문가들의) 심사가 잘못됐다고 모독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숙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본격적인 논의 과정에서는 현재 미술관 부지가 좁아서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존 대상인 인근 울산초 부지의 객사 터까지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다른 문제도 불거졌다.
주택재개발구역인 울산초 부지는 재개발 사업자가 역사공원으로 개발해 시에 기부채납해야 하는 부지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이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기부채납 전에 이를 활용하려면 시가 일부러 예산을 들여 기부채납할 부지를 매입해 사용해야 하는 문제에 부닥친다.
울산시는 "울산초 부지를 미술관 일부 부지로 활용할지는 내년 용역을 거쳐 확정하기로 해 아직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참에 현 미술관 부지를 재공모해 주차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직선이 아닌 곡선형 미술관 건립안, 교육용 레플리카(명화 복제품) 전시안, 미술관장 우선 선임안, 미술관 상징작품 제작 추진 등의 의제도 나왔으나 의견이 분분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문가위원회에서 다룬 각종 의제는 29일 시민 100명이 참가하는 대토론회 공론장에서 다시 논의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토론 단계가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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