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족 가두던 내국인 난민수용소 폐쇄조치 개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가두고 기본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내국인 난민(IDP) 수용소 가운데 한 곳이 미얀마 정부에 의해 폐쇄됐다고 현지 일간 미얀마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미얀마 정부는 서부 라카인 주(州) 초욱토의 니딘 마을에 있는 내국인 난민수용소를 폐쇄하고, 이곳에 수용돼 있던 85가구 500여 명의 난민을 인근 지역으로 이주시켰다고 밝혔다.
수용소 폐쇄 업무 책임자인 아웅 투에린은 "수용소에 갇혀 있던 난민들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했다. 정부는 난민들이 자립할 때까지 식량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민 중 일부는 고기잡이나 장사를 해 생계를 꾸릴 수 있지만, 나머지는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에게 언제까지 식량을 제공해야 할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폐쇄된 인딘 마을의 IDP 캠프는 2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2012년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유혈충돌 이후부터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해왔다.
미얀마의 주류인 불교도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등 이슬람교도를 격리해 추가적인 충돌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수용소는 사실상 난민들을 가두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이곳에 수용된 이슬람교도들은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정부나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음식에 의존해 살아왔다. 수용소 밖에 나갈 때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미얀마에는 이런 내국인 난민수용소 또는 수용소 유사 시설이 30여 곳 있으며, 이곳에는 대략 12만 명이 넘는 이슬람교도 등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가 라카인주의 오랜 종교·민족 갈등 해소 방법을 찾기 위해 국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최근 별세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끌었던 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로힝야족을 가둔다는 비판을 받아온 내국인 난민수용소 폐쇄 등을 권고했다.
미얀마 정부는 아난 전 사무총장이 주도한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라카인주에 있는 4개 IDP 수용소를 폐쇄하기로 했으며, 그 첫 조처로 인딘 마을의 수용소를 폐쇄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미예본시 타웅포 마을에 있는 수용소 1곳과 라카인주 주도 시트웨 인근에 있는 2곳 등 총 3개의 수용소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폐쇄 시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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