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어때? 똑같이 생겼지. 내 아들이 맞아"
이기순 할아버지, 北아들과 상봉…남북 형제도 "첫 눈에 알아봤어"
조봉임 할아버지, 北 아들 기억 못 해…南할머니 기력 떨어져 의료진 출동도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65년 이상 헤어진 가족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도 금세 '닮았다'며 핏줄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측 이기순(91) 할아버지는 북측 아들 강선(75) 씨와의 상봉 초반 아들이 맞는지 꼬치꼬치 가족관계를 확인하더니 시간이 흐른 뒤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이야. 내 아들"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할아버지는 "어때? 나랑 아들이라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라고 물은 뒤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 "그렇지. 그렇지. 똑같지!"라며 아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남측 함성찬(93) 할아버지도 북측 동생 동찬(79) 씨를 만나자마자 "딱 첫눈에 내 동생인줄 알았어. 어머니를 애가 쏙 빼다 박았어"라며 손을 잡고 크게 웃었다.
동생 동찬 씨도 "나도 형인줄 바로 알았습네다"라고 화답했다.
반면 남측의 80대 아버지가 60대인 북측 아들을 끝내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남측 조봉임(88)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인 조봉규(83) 할아버지와 함께 상봉장에 나온 아들 영호(67) 씨를 단체상봉 2시간 내내 기억하지 못했다.
조봉임 할아버지는 상봉 전부터 취재진을 만나 북한에 있을 때 결혼을 할 뻔한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혼인을 하지는 않았다며, 북한에 아들이 없다고 말했는데 직접 아들과 대면하고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영호 씨는 "어려서 날 낳아서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조봉임 할아버지의 남측 아들 완섭(52) 씨는 취재진에 "모른대.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 할아버지의 딸 선경(48) 씨가 영호 씨에게 아버지 옆에 가까이 앉으라고 권했지만 싫다며 자리를 옮기지도 않았다.
선경 씨는 퇴장하면서 "아버지는 아직 (아들을) 못알아보시는 것 같다. 동생은 확실히 아시는데 아드님은 아니다"면서 "(아들이) 못 알아보시니까 섭섭해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남측 송영부(92) 할머니는 단체상봉 도중 갑자기 기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해 의료진들이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송 할머니를 진단한 의료진은 "할머니가 처음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올 때부터 기력이 좀 없다고 했다"면서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좀 쉬고 싶어하신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와 동행한 사위는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북측 조카인 송성길(56) 씨와 송순옥(72)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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