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이민국, 임신한 아내 수술실 데려가던 남편 붙잡아 구금
시민단체 "불법이민자에 극도로 무신경한 처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불법체류자 단속을 주 업무로 하는 미국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러 임신한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던 남편을 붙잡아 구금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이하 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CBS LA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 동부 도시 샌버너디노의 한 주유소에서 일어났다.
히스패닉계 주민 호엘 아로나 라라는 아내 마리아 카르멘 베네가스를 옆자리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다 연료를 채우러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시커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두 대가 나타나더니 길을 막아섰다.
ICE 요원들이 차에서 내려 라라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라라가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는데 아내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급하다'라고 설명하자 요원들은 차량 내부를 뒤져 무기가 있는지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어 아내 베네가스만 남겨두고 라라를 연행했다.
홀로 남겨진 만삭의 아내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베네가스는 결국 직접 차를 몰고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고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현지 방송에 "남편은 사소한 교통위반 딱지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붙잡아가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라는 적법한 체류 증명 없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멕시코 국적자로 분류돼 이민세관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라는 불법 이민자 구금센터에 수용돼 출산한 아내 곁을 지키지 못했다.
이민세관단속국 측은 "우리는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 국경 보안에 위협이 될 만한 개인에 대한 법 집행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관"이라며 "연방법률과 기관 규칙에 의해 목표물로 정한 단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샌버너디노 시민단체 커뮤니티서비스센터의 에밀리오 가르시아 국장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무관용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극도의 무신경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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