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나온 신라 초대형 창고유적은 술도가일까
"명문·문헌 조사해야 정확한 용도 밝혀질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북 경주 도심 성건동에 출현한 신라 초대형 창고유적을 두고 학계에서 술을 빚는 술도가였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형산강변 성건동 창고유적에서는 8세기 무렵 건물터 유적 4기와 땅에 묻은 대형 항아리 50여 개가 출토됐다. 항아리는 지름과 높이가 대략 1m로 추정된다.
일부 항아리 안에서는 청동 국자, 청동 자루, 청동 용기 뚜껑과 함께 현미를 도정해 백미로 만들 때 나오는 외피와 배아 혼합물인 쌀겨가 두 바가지 분량 정도 발견됐다. 또 흙으로 빚은 깔때기와 항아리를 덮는 다양한 크기의 뚜껑도 나왔다.
깔때기와 국자가 출토된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는 액체를 보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깔때기는 무언가를 거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이고, 뚜껑을 덮을 정도면 항아리에 귀중한 사물을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
술은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시킨 뒤 찌꺼기를 걸러내 만들고, 제사에 올릴 때 빠지지 않는 물품이다. 전통적으로 인간이 신과 만나도록 돕는 매개체이자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음료다.
만일 성건동 창고유적에서 술을 만들고 보관했다면 한국 고고학 사상 최초의 고대 술도가가 된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양조장 지하에서 발견된 원대 양조시설 수이징팡(水井坊) 유적에 비견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성건동 창고유적을 발굴한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차순철 조사단장은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항아리에 넣은 액체가 술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차 단장은 "창고유적은 불교 사찰이나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종 사찰에서는 장고(醬庫, 장과 독을 보관하는 공간)를 동쪽에 두기도 했는데, 사찰 장고로 보기에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교토(京都) 시가지에서 성건동 창고유적처럼 항아리가 무더기로 나온 바 있는데, 14세기 초반 조성한 술집을 겸한 전당포로 드러났다.
차 단장은 "술이라는 글자가 있는 유물이 나오거나 문헌을 통해 이곳에서 술을 빚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성건동 창고유적이 술도가로 확인될 것"이라며 "면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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