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하역으로 원산지세탁…러시아 간판 달고 흘러든 北석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확인된 북한산 석탄은 모두 러시아를 거치면서 원산지가 '세탁'됐다.
석탄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옮긴 뒤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작업을 한 업체는 모두 홍콩·러시아·영국 등 제3국 소속이었지만 그 뒤에는 국내 불법 수입업체 3곳이 있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로 반입된 석탄은 모두 러시아를 거쳐 들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산 석탄은 북한·토고·파나마 선박 등에 실려 북한의 송림·원산항, 대안항 등에서 러시아의 나후드카항·홈스크항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은 영국·홍콩의 중개업자가 담당했다.
러시아항으로 옮겨진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지만 항구에 잠시 하역됐다.
이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꼼수였다.
불법 수입업자들은 일시 하역된 석탄을 제3의 선박에 바꿔 싣고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한 뒤 세관에 제출했다.
러시아 항구에 쌓여있던 석탄은 러시아 내륙에서 옮겨진 석탄으로 여겨졌고 무사히 세관을 통과했다.
결국 이들은 '러시아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새로운 배에 실려 국내로 향했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진아오호, 리치비거호, 싱광5호, 스카이엔젤호, 리치글로리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등이 바로 국내로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선박들이다.
러시아에서 국내로 석탄을 옮기는 작업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동할 때와 다른 홍콩과 러시아 등의 수출업체가 맡았다.
표면적으로는 외국의 중개·수출업체만 관여한 거래로 보였지만, 이는 국내 불법 수입업체 3곳에 의해 공모·기획된 것이었다.
북한산 석탄은 대부분 북한과 제3국 간 무역을 중개하는 대가로 받은 것이어서 북한에 직접 지급되는 현금은 없었다.
일부 북한산 석탄을 직접 사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세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피의자들은 주장했다.
이들이 북한산 석탄의 불법 반입에 공을 들인 것은 북한산 석탄이 다른 석탄보다 훨씬 저렴해 매매차익이 컸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8월 북한산 석탄을 전면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뒤 거래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러시아산 무연성형탄에 대한 세관의 수입 검사가 강화되자 북한산 석탄을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로 품명을 위조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관련 선박 7척 중 대북제재 결의 시점(2017년 8월) 이후 불법 혐의가 확인된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호 등 4척은 안보리에 보고할 방침이다.
나머지 3척은 국내 규정인 5·24조치 위반으로 보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관련 처분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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