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활동 지출, 투명성·책임성 훨씬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국회의원 38명이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다녀온 데 따른 부정청탁금지법 위배 논란이 일자 국회는 '국회의원 국외 활동 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지원이나 피감기관, 산하기관 등이 지원하는 예산으로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이 기구를 통해 사안별로 허용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한다. 위법 시비를 차단하려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할 만하지만, 과거 여러 자문위 활동에 비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자문위 구성에만 머물지 말고 다른 선진국처럼 출장경비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서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의원들의 여행 규정을 포함한 윤리지침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규제하고 있다. 의원이 피감기관은 물론 외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 경우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여행이나 출장경비 지원의 경우 '특별한 선물'로 보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상·하원 각각 수백 쪽의 방대한 윤리규정을 문서화해 허용되고 불허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규범에 어긋나는 지원이 적발되면 윤리위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는다. 지난 2010년 지한파로 유명한 민주당 중진 찰스 랭걸 의원은 해외 세미나 참석 때 부적절한 여행경비 지원을 받은 논란에 휩싸여 윤리위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결국 하원 세입위원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미 하원은 의원들의 윤리규정을 감시하는 독립기구도 두고 있다. 2008년 설치된 '의원 윤리실'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의원이나 의회 직원의 윤리 위반 사실을 자체적으로 조사해 윤리위에 보고한다. 의회윤리실이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윤리위는 대체로 이를 받아들여 의회윤리실 권한의 실효성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도 의회 윤리위원회를 보좌하는 독립기구에서 조사를 담당한다. 영국 의원 윤리규정은 여행비용의 경우 300파운드(한화 43만 원 상당)가 넘으면 규정 위반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의원 38명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조사권한이 없다며 피감기관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피감기관이 '갑 중의 갑'인 국회의원의 여행경비 지출에 위법사항이 있다고 해석해서 보고할 수 있겠는가. 국회 태도는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인식이다. 선관위는 지난 4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해외 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전 금감원장이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여론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지원 출장의 목적인 해외무상원조사업예산 집행실태 점검은 국회 외통위원들의 책무이다. 하지만 왜 그 출장 비용이 조사대상 기관의 지원으로 조달돼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구시대적 관행에서 국회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과거 당연시됐던 특수활동비도 도마 위에 올라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특활비는 폐지하고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원 해외 출장경비 문제도 투명성과 책임성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제도가 손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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