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죽도' 지칭 섬 오락가락…고유영토론 어불성설"
김종근·이상균 동북아재단 연구위원, 학술회의서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에서 '죽도'(竹島·다케시마)가 지칭한 섬이 1868년 메이지유신을 전후해 바뀐 과정을 분석하면 일본이 역사적으로 독도를 고유영토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리학을 전공한 김종근·이상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재단 독도연구소 설립 10주년을 맞아 13∼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와 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18세기 이후 서구 탐험가들의 동해 탐사 과정과 이에 맞물려 변화한 일본 지도상 섬 표기를 분석해 발표한다.
8일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김종근·이상균 연구위원은 영국 탐험가 제임스 콜넷(1753∼1806)이 '발견'하고 1811년부터 지도에 등장한 동해상 가상의 섬인 '아르고노트'(Argonaut)에 주목했다.
콜넷은 1791년 여름 아르고노트호를 타고 마카오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와 혼슈를 거쳐 조선에 정박했고, 그해 8월 30일 '거대한 수직의 암벽으로 된 섬'(울릉도)을 발견했으나 악천후를 만나 배가 일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이후 이 섬은 선박 명칭을 따서 울릉도 북서쪽 아르고노트(독도는 울릉도 동쪽)가 됐고, 19세기 초반에 제작된 각종 지도에 표시됐다. 그러나 1854년 프랑스 호크모헬 탐사 이후 존재가 부정돼 점선으로 표현됐고, 결국 수차례 항해를 통해 이 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19세기 말에는 지도에서 아르고노트가 사라졌다.
두 연구위원은 "아르고노트는 콜넷의 과학적 탐사와 기록, 영국과 프랑스 간 탐험 경쟁으로 출현했다"며 "지금까지 제임스 콜넷의 동해 항해와 아르고노트에 관한 심층 연구는 없었고,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르고노트 관련 연구를 통해 18∼19세기 서양의 탐험과 지도 제작 양상은 물론 일본이 주장하는 고유영토론을 반박할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아르고노트 섬의 존재는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를 전근대 시기에 각각 죽도와 '송도'(松島·마쓰시마)라고 하다 1905년 이후 송도와 죽도로 바꿔 표기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종근·이상균 연구위원은 프랑스가 울릉도를 발견해 다즐레(Dagelet)라고 지도에 표기했고, 이어 영국이 경쟁적으로 가상의 섬 아르고노트를 지도에 표시했으나 40여 년 뒤 프랑스 답사로 섬에 대한 존재가 부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프랑스는 독도를 발견해 '리앙쿠르암'이라고 지도에 기재했고, 영국은 독도를 호넷으로 명명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아르고노트가 가상의 섬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서양에서 제작된 일부 동북아시아 지도에서 동해상에 서쪽부터 아르고노트, 다즐레, 리앙쿠르암이라는 세 섬이 표기됐다는 점이다.
김종근·이상균 연구위원은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를 죽도와 송도로 그렸으나, 이후에는 아르고노트·다즐레(울릉도)·리앙쿠르암(독도)이 표기된 유럽 해도를 입수해 동해에 죽도·송도·리앙쿠르암이라는 세 개 섬을 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르고노트가 실존하지 않는 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은 죽도를 지우고 송도·리앙쿠르암 2도 체제를 구성했다"며 "메이지유신 당시 전통을 거부하고 서양을 맹종하던 일본은 아르고노트에 대한 오류를 인식한 뒤 울릉도와 독도 명칭을 기존 죽도·송도로 고치지 않았고, 러일전쟁 이후 리앙쿠르암을 죽도로 개칭했다"고 덧붙였다.
즉 일본은 죽도를 19세기 초까지는 울릉도, 19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아르고노트, 20세기 이후에는 독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종근·이상균 연구위원은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일본의 지리지식이 단절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해 펼치는 고유영토론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독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개최된다.
13일에는 분야별 독도 관련 연구 동향과 성과에 관한 주제 발표에 이어 전문가 좌담회가 열린다. 14일은 19세기 서구 세계의 울릉도·독도 인식,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문제와 일제 식민지 책임에 관한 발표가 진행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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