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비로 남편에 허위급여 준 원장…"횡령죄 아니다"
대법 "보육비는 어린이집 소유…위탁관계 없어"…2심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남편이 어린이집 운전기사인 것처럼 꾸며 보육비로 월급을 준 어린이집 원장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해진 목적과 용도로 쓰일 때까지는 '위탁된 돈'으로 볼 수 있어야 다른 용도로 쓰였을 때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어린이집에 낸 보육비 등은 법률상 이런 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납부한 보육비는 곧바로 어린이집 소유가 될 뿐, 어린이 보호자들이 위탁한 돈으로 볼 수 없다는 사법적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김모(42)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남편 정모씨에게 어린이집 운전기사 급여명목으로 어린이집 계좌에서 1천510만원을 지급하고, 비슷한 기간 4대 보험료 명목으로 377만원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정씨는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일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아들 휴대폰 요금으로도 95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은 "보육료는 구체적으로 어느 항목에 사용할 것인지 용도가 특정된 금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보육료는 어린이집 설치·운영에 필요한 범위로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받은 금원"이라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영유아 보호자들이 납부한 보육료와 필요경비는 정해진 목적·용도로 사용될 때까지 보호자들이 그 소유권을 가지고 위탁한 것이 아니라, 일단 어린이집 소유가 되고 다만 그 수입은 관련 법령에 따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어린이집 예금계좌에 보관된 보육비 등 자금 일부를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더라도 횡령죄 구성요건인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한 금원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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