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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불안에 휘청이는 사람들…서유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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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불안에 휘청이는 사람들…서유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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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불안에 휘청이는 사람들…서유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현대인들의 생활과 그 안의 심리를 솔직하고 생생하게 드러내 온 작가 서유미(43)가 새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창비)를 펴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쓴 단편 6편을 담았다. 이 소설들 역시 인간 삶의 빛과 어둠을 깊숙이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필치는 그대로인 채 한층 다양한 세대·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대 청년부터 60대 노인까지 저마다 삶의 어떤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고독과 불안을 보여준다.
작가 스스로 "여기 실린 소설과 함께 인생의 다른 구간으로 넘어왔다"고 말할 정도로 작가적 시야가 한결 넓어진 듯하다.
첫 작품인 '에트르'는 지난 4월 나온 테마 소설집 '파인 다이닝'에 실린 작품이라 낯익다. 이 시대 젊은이들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을 그렸다. 서른 살이 되도록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세를 10만원 더 올려달라는 집주인 요구에 시름에 잠긴 주인공의 고단한 일상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한 해 마지막 날까지 힘들게 취업 준비를 하는 동생과 함께 먹으려고 자신이 일하는 빵집에서 큰맘 먹고 케이크를 사서 퇴근한다. 케이크를 들고 가는 퇴근길에 이사할 집을 보러 가게 되는데, 계획은 계속 어긋나 추운 겨울밤 마음까지 더 시려진다.
'개의 나날'은 꿈이나 희망은커녕 탈출구가 안 보이는 현실에 갇힌 젊은 남성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나'는 "고졸에 기술이나 경력도 없는 백 킬로그램의 거구"로 폭식과 게임이 삶의 위안이다. 우연히 만난 '조'를 따라 성매매를 알선하고 망을 보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는 나날이 이어진다. 야한 사진을 골라 SNS에 올리는 일에 신물이 난 그는 가끔 기형도의 시구 '나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다'를 읊어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새아버지가 될 뻔했던 남자의 부고를 듣고 자신의 짧은 인생을 돌아본다.
'이후의 삶'은 아내와 이혼한 뒤 사우나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하게 된 남자 이야기다. 답답한 고시원보다 넓게 열려 있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우나를 즐기던 주인공은 이곳에서 상조회사 직원이라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상조회사 직원은 회사에서 높은 실적을 쌓아 한강이 보이는 넓은 집까지 샀지만,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불안감에 시달리다 급기야 집을 떠나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점차 사우나 역시 남의 시선에서 조금도 벗어날 곳이 없는 불편한 곳임을 깨달으며 원룸이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에 실린 단편 '변해가네' 주인공 여성은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들여보내며 딸의 산통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딸의 출산을 보며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떠올리고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자꾸만 아이처럼 웃던 어머니의 얼굴에서 자신에게도 멀지 않은 노년의 고독을 느낀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소설집 '당분간 인간', 장편소설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틈', '홀딩, 턴'을 펴낸 작가는 올해 등단 11년 차를 맞는다.
문학평론가 강경석은 "지난 10년여의 창작활동을 결산하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가는 중인 작가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주인공들이 그런 확신을 갖게 하거니와, 세대적으로 넓어진 그의 시야가 계층이나 계급적인 차원으로도 확장될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해설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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