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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남북·북미회담 결국 불발…비핵화-종전선언 샅바싸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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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남북·북미회담 결국 불발…비핵화-종전선언 샅바싸움 지속
美, '제재망 다지기'…北, '우군 만들기' 무대로 ARF 적극 활용
北美 접점찾기 난항…9월 유엔총회 계기 종전선언 성사될지 촉각



(서울 싱가포르=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소 띤 얼굴로 만났지만 의미 있는 상황 변화는 없었다.
4일 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남북 또는 북미, 남북미 회담이 열려 비핵화 및 종전선언과 관련한 작금의 교착 상황을 뚫을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국 기대에 그쳤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친서가 오가는, 나름의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미가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남북미 3국 외교장관들이 ARF 행사장에서 각자의 입장을 설파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ARF 외교장관회의 개최 하루 직전인 3일 저녁 전체 참가국 만찬 장소에서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리 외무상이 웃는 낯으로 만났으나 회담 개최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사실 올해 ARF를 둘러싼 분위기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질주하던 작년과 판이해 기대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올해 들어 두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여파로 대화 기조가 유지돼왔다는 점에서 '반전'은 언제든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작년과는 달리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더는 '외톨이'가 아니었고, 남북, 북미 외교장관 간에도 정식 회담은 없었지만 조우한 기회에 웃는 얼굴로 대화하면서 관련국 간에 물밑협상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ARF 개최 직전인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4일 ARF회의 계기에 미국 측 대표단이 북한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하는 등 북미 양측도 대화의 동력을 살려 나가려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에서 드러난 대로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고, ARF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평이다.
3일 ARF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모인 만찬장에서 북미 외교장관이 서로 미소를 보냈지만, 미소 너머에서는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됐던 탓에 북미가 마주 앉는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는 독자제재를 가한 것도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악재로 작용한 듯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ARF를 계기로 아세안 국가들에 선박 대 선박 간의 불법 석유 환적을 전면 차단할 것을 포함한 모든 제재의 엄격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도 북한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리 외무상은 4일 ARF 회의 연설에서 "조미(북미) 사이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제재 유지 기조와 종전선언 신중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응당 우리가 비핵화를 위해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조선반도의 평화보장과 경제발전을 고무 추동하는 건설적 조치들로 화답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미는 상대에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완전한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포함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일단 종전선언부터 하자고 주장해왔으며 이런 입장 차이는 이번 ARF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속에서 북미 양측은 ARF 행사장에서 자국의 입장을 '조정'하기보다는 국제여론을 우군화하는 데만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이처럼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강경화 외교 장관도 종전선언 중재 내지 촉진의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모두 현재의 대화 판을 깨지 않으려는 상황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현재의 정체 국면을 조기에 돌파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월 9일 북한 정권창립 70주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 연내에 남은 북미 간의 중요한 정치 일정에 맞춰 성과를 내려는 양측의 노력이 결실을 볼지는 한반도 정세가 순항을 이어갈지를 가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5일 "북한은 북미간 신뢰구축을 통해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 하에 더 장기적 협상 구도를 생각하는 것 같고, 미국은 제재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에서 보듯 누구도 대화의 동력이 꺼지는 것은 원치 않는 듯 하지만 앞으로 지루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8월 내 북미 간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9월 유엔총회 계기 종전선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외견상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시설 신고 등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하면 종전선언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며 "수면위에서는 서로 상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상호 교환할 수 있는 부분의 순서를 짜는 일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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