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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차 배우 전무송 7번째 '세일즈맨'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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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차 배우 전무송 7번째 '세일즈맨'을 연기하다
사위는 연출·딸은 예술감독·아들은 극 중 아들 역으로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일 금호동의 한 연극 연습실.
부지런히 대사를 되뇌는 반백(斑白)의 배우가 눈에 띄었다. 올해로 데뷔 55년째(1964년 동랑 레퍼토리 극단 입단)를 맞은 78세의 연극배우 전무송이다.
그는 원로 연극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늘푸른연극제'의 개막작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을 맡아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선생님들 일정이 있으니까 2막에 윌리, 찰리, 벤이 모두 등장하는 장면을 해보겠습니다."
김진만 연출의 외침에 흩어져 대사 연습을 하던 배우들이 모여들었다. 먼저 전무송과 '벤' 역을 맡은 배우 한인수가 연습실 중앙에 나란히 섰다.
올해 72세인 한인수와 '찰리' 역을 맡은 71세의 배우 정상철 역시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선생님' 반열에 올랐지만, 선배 전무송의 공연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한인수와 대사를 주고받던 전무송이 갑자기 김 연출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만 '형님, 제가 맞죠?' 이거는 앞을 보고 하는 거 아닌가?"
"윌리와 벤이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정면을 보고 말하는 건 윌리의 머릿속에 있는 과거의 장면이고요, 여기서는 벤과 대화하면서 과거로 훅 들어가는 거니까 직접 벤을 보고 하시면 됩니다."(김 연출)
연습은 윌리의 가족이 장남 비프가 출전하는 미식축구 경기를 구경하러 가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과거 윌리 로먼이 잘나가는 세일즈맨이고 두 아들은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비프 역을 맡은 전진우가 가방을 메고 등장했고, 동생 해피 역을 맡은 김시헌과 찰리의 아들 버나드 역을 맡은 문종영이 뒤따랐다.
라커룸에 들어가기 위해 서로 럭비공을 들겠다던 해피와 버나드가 대사 도중 비프를 멀뚱히 쳐다봤다. 전진우가 대사를 빼먹은 것.
김 연출이 이를 지적하자 전진우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빼먹은 대사를 내뱉었다.



비프를 연기한 전진우는 전무송의 실제 큰아들이고, 김 연출은 전무송의 사위다. 이날 연습실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딸 전현아 씨 역시 이 작품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
윌리 로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병폐를 파헤친 '세일즈맨의 죽음'이 '전무송 가족극'이 된 셈이다.
전무송은 "가족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술에 때가 묻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사람들은 제 가족이기도 하지만 프로 배우들이죠. 무대에 올라가면 가족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대 배우가 돼야 해요. 관객에게 완성된 예술을 보여줘야 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 될 일이죠."
그러면서도 그는 "가족이니까 서로 특성을 잘 알아서 디스커션은 잘 된다"며 "다른 사람과 작품을 하면 아무래도 서로 가리고 하는 게 있는데 가족 간에는 그런 게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무송이 윌리 로먼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1984년 처음 윌리 역을 맡았을 때 그는 이번 작에서 비프 역으로 나오는 아들 전진우보다도 젊었다.
익숙한 만큼 연기가 쉬울 듯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이전 공연 때 대사가 자꾸 튀어나와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기존 대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새로 대본을 번역했어요. 그런데 아버님이 워낙 이 작품을 많이 해서 전 공연 때 대사하고 헛갈려 하시더라고요."
전무송이 늘푸른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세일즈맨의 죽음'을 택한 것은 작고한 연출가 권오일 선생을 기리기 위해서다.
"처음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권오일 선생의 권유 덕이었어요. '이제 한 번쯤 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시면서 '틀림없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죠. 올해가 선생님의 10주기가 되는 해에요. 다시 한 번 세일즈맨을 무대에 올려서 선생님을 기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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