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75.78

  • 19.87
  • 0.81%
코스닥

684.07

  • 5.88
  • 0.87%
1/3

농작물 망치는 주범 멧돼지인데…고라니 잡으라는 지자체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농작물 망치는 주범 멧돼지인데…고라니 잡으라는 지자체
고라니 포획수당 3만원…잡기 힘든 멧돼지는 5만원
"수당 차이 안 나는데 누가 힘들여 멧돼지 쫓겠나"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수확철을 앞둔 농촌 들녘이 밤낮 가리지 않고 설치는 유해 야생동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출하가 한창인 복숭아밭에 떼지어 출몰해 열매를 따 먹거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채 영글지 않은 고구마와 벼까지 닥치는 대로 훑어 먹어 피해가 심각하다.
주범은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 최상위를 차지한 멧돼지다. 천적 없이 우글거리다 보니 성한 논·밭이 없을 정도다.
피해가 커지자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영농철마다 베테랑 엽사들로 자율 구제단을 꾸려 농경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유해 야생동물을 포획한다.
지난해 충북에서만 멧돼지 4천117마리와 고라니 3만2천189마리가 붙잡혔다.
문제는 이들의 구제활동이 고라니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멧돼지 피해가 훨씬 큰 데도, 정작 포획한 개체는 고라니가 8배 더 많다.
야생에 고라니 개체수가 훨씬 많은 탓도 하지만, 지자체가 엽사한테 지급하는 포획수당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의 경우 시·군 별로 멧돼지 1마리당 3만∼7만원, 고라니는 2만∼4만원의 포획수당을 지급한다. 밤잠 설치면서 힘든 일을 하는 엽사들에게 유류대와 실탄 구입비 일부를 보상하는 차원이다.
두 동물에 대한 수당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엽사들은 추격하기 힘든 멧돼지보다 고라니 포획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옥천군 자율 구제단으로 활동하는 엽사 이모(54)씨는 "수풀이 우거진 여름철에는 멧돼지 사냥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며 "사냥개도 더위에 지쳐 잘 뛰지 않고, 자칫 무리했다가는 죽는 경우도 있다"고 부담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마음만 먹으면 고라니는 하룻밤에 2∼3마리씩 잡을 수 있지만, 멧돼지는 1주일에 1마리 잡기도 힘들다"며 "아무리 봉사활동이라지만, 내 돈 써가면서 멧돼지 추격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옥천군은 올해 포획수당으로 1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그러나 구제활동을 시작한 첫 달인 지난 3월 한 달 동안 무려 2천370마리의 고라니가 잡혀 4천만원 넘는 뭉텅이 돈이 나가자 곧바로 고라니 포획을 한 달 300마리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고라니 위주인 포획활동을 개선하기 위해 자율 구제단에 참여한 협회 1곳당 50마리씩 마릿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대신 멧돼지 수당을 10만원으로 올려 활동을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동군은 지난달 25일부터 멧돼지 수당을 10만원으로 2배 올린 대신 고라니 수당지급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추수철 이전 멧돼지를 집중포획하기 위한 조치다.
이곳 역시 올해 멧돼지 포획은 100마리에 그친 반면, 고라니는 3천460마리나 붙잡았다.

영동군 관계자는 "올해 접수된 348건의 농작물 피해신고 중 95%가 멧돼지로 인한 것"이라며 "농민 피해를 줄이려면 멧돼지 구제가 급하고, 이런 차원에서 9월까지 집중포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보은군은 이달부터 28명의 자율 구제단 중 12명으로 멧돼지 전담반(야간 기동포획단)을 꾸렸다.
이들은 해가 지면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농경지 주변에 배치돼 포획활동을 벌인다.
군은 이들의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포획수당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보은군 관계자는 "연말까지 농경지 주변서 활동하는 멧돼지를 집중적으로 제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충북에서 야생동물로 인해 발생한 농작물 피해는 1천429건, 169만6㎡에 달한다. 전년도 696건, 97만4천㎡에 비해 건수는 105.3%, 면적은 74.2% 늘었다.
일선 시군이 현지 확인 거쳐 내준 보상금도 8억2천200만원으로 전년 4억7천200만원보다 74.2% 증가했다.
엽사들은 농작물 피해의 주범인 멧돼지 퇴치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수당 현실화가 급하다고 주장한다.
보은군 멧돼지 전담반으로 활동하는 박모씨는 "유해 야생동물 포획이 수당을 목적으로 한 활동은 아니지만, 요즘같은 폭염 속에서 5만원을 내걸고 멧돼지를 잡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멧돼지 포획수당을 고라니보다 4∼5배는 높게 책정해야 실질적인 구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