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공주' 정혜림 "두 가지 숙제, AG 메달과 12초대 기록"
여자 100m 허들 아시아랭킹 2위…"벌써 3번째 AG, 가장 좋은 기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에게는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과 한국 첫 여자 100m 허들 12초대 진입이다.
첫 번째 숙제는 '금빛'으로 마칠 수도 있다.
정혜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한국 육상 대표팀에서 금메달에 가장 접근한 선수다. 대회 개막이 다가오면서 그를 향한 관심도 커졌다.
정혜림은 '주위 반응'에는 무심한 편이다.
정혜림은 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많은 분이 저를 주목하시나요?"라고 되물으며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 부담감도 크지 않다. 내가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이런 무던함으로 10년 가까이 비인기 종목의 일인자로 지내면서도 '설움'도 느끼지 않았다.
정혜림은 "나도 100m 경기 보는 걸 좋아한다. 굳이 다른 종목과 허들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며 "허들의 매력을 잘 알고, 관심을 주시는 분도 많다. 나는 응원해주시는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목표를 향해 뛰었다"고 했다.
하지만 '허들 후배'들을 떠올리면 책임감은 자란다. 정혜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내가 좋은 성적을 내면 허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개인적인 아쉬움도 털어낼 기회다.
정혜림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2014년 인천에서는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혜림은 "나이를 생각하면 나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수 있다. 아시안게임 메달은 꼭 따고 싶다"고 했다.
육상계는 정혜림에게 '금빛'을 원한다.
정혜림은 2018년 여자 100m 허들 아시아 랭킹 1위다.
올해 정혜림보다 빠르게 달린 아시아 선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우수이자오(중국·13초08)뿐이다. 정혜림의 시즌 최고 기록은 13초11이다.
정혜림은 13초13, 13초14도 한 차례씩 뛰었다.
13초13의 기무라 아야코, 13초17의 사무라 히토미(이상 일본)가 정혜림의 뒤를 잇는다.
'꾸준함'은 정혜림이 가장 앞선다.
우수이자오는 5월 한 차례 13초08을 뛴 뒤, 국제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기무라와 사무라는 정혜림이 일본 대회에서 함께 뛰어 승리한 적이 있다.
정혜림은 "3번의 아시안게임 중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평균 기록에서 내가 경쟁자를 앞서고 있으니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이번 기회는 꼭 살리고 싶다"고 했다.
숙원인 '12초대 진입'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여자 100m 허들 한국기록은 2010년 이연경이 작성한 13초00이다. 정혜림은 2016년 6월 고성통일 전국실업대회에서 13초04로 역대 한국 선수 2위 기록을 세웠다.
정혜림은 "12초대 진입은 내 평생의 숙제"라며 "그래도 예전에는 '모든 환경이 맞아 떨어져야 12초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열심히 준비하면 13초 벽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열 번의 허들을 실수 없이 넘으면 한국신기록이 보인다. 빼어난 외모와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으로 '허들공주'로 불린 정혜림이 두 가지 숙제를 풀고자 다시 출발선에 선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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