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 유엔제재에도 1만명 이상 北노동자 신규 고용허가"(종합)
"작년말 기준 러시아에 2만4천명 추산…월급 1천600달러 선"
고용업체 "北 노동자들은 군인같아…그들과 계속 일하기 원해"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근로자들의 입국과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에서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기존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에 대해서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WSJ은 러시아 내무부 등의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에도 1만 명 이상의 새로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등록했으며 특히 올해에만 최소한 700건의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 정부 데이터를 인용,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근로자들이 2만4천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WSJ은 또 러시아 정부 기록에는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일부 기업들은 북한과 합작(조인트 벤처)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서는 북한과의 신규 합작투자를 금지했으며, 기존 합작투자의 경우에도 추가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WSJ은 유엔 관리들이 이와 관련한 제재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들은 안보리 제재 이후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들의 전체 규모는 축소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은 10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외화벌이해온 것으로 미 국무부가 밝혔다면서 북한은 이들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통해 연 20억 달러(약 2조2천590억 원) 이상의 외화를 획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받은 개인당 월급은 대략 10만 루블(1천600달러·약 178만 원) 수준으로, 월급의 상당수는 북한 당국의 금고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북한 노동자들과 계약하는 업체들은 상당수 러시아 기업이 소유하고 북한인들이 운영하는 체제라면서 북한 노동자 고용 실태도 전했다.
특히 미국의 안보 연구기관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이날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과 개인의 네트워크를 조명한 보고서를 냈다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 등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계약하는 많은 업체가 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C4ADS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코렌마'라는 업체는 적어도 2015년 이후부터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왔으며, 북한과 합작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2016년 제재한 북한의 'Genco'(젠코·General Corporation for External Construction)가 사코렌마의 소유주 가운데 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코렌마는 올해 러시아 사할린의 현지 당국으로부터 2건, 총 18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C4ADS 보고서는 Genco가 비슷한 사명(社名)으로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Zeonco-39'라는 이름의 회사는 지난 3년간 1천550명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승인받았으며, 지난달 말 한국 통역인력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블라디미르 예브투셴코프가 소유한 농업 관련 업체 '유즈니 아그로콤비나트'는 올해 91명의 북한 노동자 고용 승인을 받았다.
WSJ이 입수한 고용허가 자료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지난 6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가 났다.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일부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대북제재를 알고 있고, 점차 북한 노동자 고용을 줄여나가고 있다면서도 러시아 정부로부터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으로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표시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할 계획을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부동산업체 임원은 "북한 노동자들은 군인 같다. 그들은 규율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계속 같이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그들(북한 노동자)은 쓰러질 때까지 일한다. 아침 7시에 건설현장에 나와 약 30분간 두 차례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밤 10시, 심지어 자정까지 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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