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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총무원장…종단 주도권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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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총무원장…종단 주도권 경쟁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계종의 향후 주도권을 놓고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계종 개혁과 정화에는 한 뜻이지만, 그 주체와 방식에 대한 생각이 다른 각 집단과 계파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종단에서는 설정 스님이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처럼 종헌종법 질서에 따른 위기 수습을 강조하고 있다.
공식기구를 거쳐 총무원장 퇴진 절차를 밟고 차기 집행부 구성도 현행 종헌종법 틀 안에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국선원수좌회와 설조 스님 지지 세력은 다음 달 23일 승려대회 개최를 통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현 중앙종회에서 다음 총무원장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며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궐위 시 60일 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 총무원장 선출 때까지 권한대행은 총무부장이 맡는다.
간선제인 총무원장 선거는 중앙종회 의원들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가진다.
이 방식대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하면 현재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 스님 등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 유리하다고 설조 스님 측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주장했다.
이들은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여전히 중앙종회와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자승 총무원장 시절 도입된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의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설조 스님이 40일 이상 단식하면서 이들이 내세운 조계종 적폐 청산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다만 종단 내부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다른 종교 성직자를 포함한 진보진영 시민사회 원로 등이 조계종 비판에 나선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 공식기구인 원로회의와 중앙종회에서도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과 맞물린 종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원로회의는 오는 8일, 중앙종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일부 원로의원은 최근 성명에서 설정 스님 퇴진을 요구하면서 중앙종회에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비상한 상황에 적절하고도 긴급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중앙종회는 종도들이 위임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졌음에도 제 역할을 스스로 방기했다"며 "스스로 해산의 방법을 택하거나 중앙종회를 즉각 비상소집해 종단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 총력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에는 원로의원 23명 가운데 10명이 참여했다.
원로회의는 중앙종회 해산권을 지닌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권이 있다.
그러나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중앙종회나 원로회의에서 현 종단 체제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방안이 의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교계 관계자는 "설정 스님이 퇴진만으로 조계종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차기 종권과 적폐 청산을 둘러싼 대립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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