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푄현상으로 희비…서울·영서 '불가마' vs 영동 '평년수준'
태백산맥 넘은 고온건조한 바람이 서울·영서 더위 부채질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태백산맥을 사이에 둔 도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지리 과목에 단골 출제 소재이기도 한 '푄현상' 때문이다.
2일 오후 3시 30분 현재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값을 보면 서울 37.0도, 대전 38.3도, 대구 35.9도, 춘천 37.8도, 홍천 38.5도 등으로 태백산맥 서쪽 지역은 오늘도 사람 체온을 뛰어넘는 더위에 시달렸다.
같은 시각 태백산맥 동쪽 지역들은 평년 수준의 기온을 보였다.
속초 30.9도, 강릉 32.7도, 영덕 31.2도 등의 분포를 보였고, 동해(28.8도)와 울진(29.3도), 포항(29.9도)은 기온이 30도 아래로 측정됐다.
전날 영서 지역인 홍천의 낮 최고기온은 41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최고기온도 39.6도까지 상승해 111년만 가장 높았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영서지방의 폭염 원인으로 '푄현상'을 꼽는다.
푄은 원래 스위스에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고온건조한 바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제는 바람이 높은 산을 넘으며 뜨겁고 건조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공기는 높이 올라갈수록 차가워진다. 일반적으로는 100m를 상승할 때마다 온도가 1도가량 떨어지며 습도가 포화상태인 공기는 100m당 0.5도가량 하락한다.
온도가 떨어진 공기는 이전보다 많은 습기를 지닐 수 없게 된다. 공기 중에 머물 수 없는 습기가 비나 눈으로 내리면서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건조해진다. 이 공기가 하산(下山)하면서 온도가 상승해 산 아랫마을에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불게 된다.
전통적으로 더운 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팔공산 등 산으로 둘러싸여 사방에서 푄현상이 일어나는 탓에 유독 덥다. 내륙지역 분지여서 한 번 들어온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닿지 않는다는 점도 더위에 한몫한다.
푄현상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기온 차를 일으킨다. 2013년 대한지리학회지에 발표된 '강원도 홍천지역 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홍천강 중·하류에서 더 빈번히 푄현상이 발생하며 강도도 하류로 갈수록 센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북쪽에는 북태평양고기압, 남쪽에는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약해진 저기압이 자리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도는 고기압과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저기압의 특성이 합쳐지면서 한반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이 분다. 이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푄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적으로 폭염이 계속되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이 많겠다"면서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농작물이나 가축관리에도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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