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들에 거침없이 쓴소리 자이드 유엔인권대표 이달 퇴임
트럼프·오르반 총리 '인종차별주의자'…두테르테 '정신감정 필요'
"내 일은 차별받는 사람들 지키는 것"…후임 '온건파' 가능성 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스트롱맨'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던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이달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최근 영국 BBC 인터뷰에서 "4년 동안 모든 정부를 화나게 했던 것 같다"며 직설적인 자신의 비판 때문에 연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거지소굴'이라고 불러 논란이 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른 헝가리 오르반 총리에게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남미인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무차별 인신 구금과 즉결 처형으로 논란이 됐을 때는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기구 수장이 모욕이나 다름없는 표현을 써서 정상들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 그의 발언은 매번 주목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자이드 대표는 날이 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심기가 불편했던 미국은 결국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요르단 왕자인 자이드 대표는 요르단 유엔대표부 대사와 주미 요르단 대사를 지냈다.
그는 작년 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연임하려면 간청하며 무릎을 꿇거나 신념을 바탕으로 한 발언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나와 당신들의 진실성, 독립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당장 '온건파'들이 거론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직에 뜻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닐스 멜처 유엔 고문 문제 특별보고관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자이드 대표를 매우 존경하지만 각국 정상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은 6월 공식적으로 후임 선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후보자들을 개별 면접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성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고 러시아, 중국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상황에서 인권활동가들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이들 세 국가와 '대화'할 수 있는 온건한 인물을 선택할까 우려하고 있다.
자이드 대표는 BBC 인터뷰에서 강대국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나는 정부를 방어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그들로부터 차별받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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