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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고쳐주세요" 사소한 민원 탓 119 화재현장 출동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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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고쳐주세요" 사소한 민원 탓 119 화재현장 출동 차질
구조 요청 55%가 생활민원…제천 참사도 고드름 제거로 출동 늦어
소방청 구조대 출동 기준 마련…충북소방본부 8월 한달 시범 운영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오후 3시 53분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4시께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이곳에 소방펌프차 등 소방 선착대가 도착했다.
그러나 인명구조에 나서야 할 제천구조대는 6분 뒤인 오후 4시 6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가 늦게 도착한 것은 어이없게도 인근 지역에서 고드름 제거 작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고드름을 제거하느라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화재 등 사건·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해야 할 119구조대가 밀려드는 각종 생활 민원을 해결하느라 정작 긴급상황에서 제때 투입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1일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에서 119구조대가 총 2만1천499건의 구조 활동을 펼쳤다.
이 가운데 화재 등 긴급상황에 투입된 것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55.1%인 1만1천853건을 생활안전활동에 투입됐다.
벌집 제거가 6천408건으로 가장 많고 동물 포획 2천850건, 잠금장치 민원 1천666건, 자연 재난 87건, 가스누출 22건 등이다.
가정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찾아달라거나 고장 난 출입문을 열어 달라는 등 사소한 생활 불편 해결까지 119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신고를 접수한 119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시간에 제천 화재 참사처럼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때 출동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소방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화재·구조·구급 출동 공백 방지를 위한 생활안전 활동 출동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이런 기준을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 1일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도 소방본부는 생활안전 활동을 3단계로 나눴다. 긴급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구조대가 즉시 출동하고, 방치할 경우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구조대가 출동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의용소방대와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또 위험하지 않은 상황은 정부통합콜센터(110)나 유관 기관, 민간 등의 협조를 받아 처리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동물 포획의 경우 유기견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며 사람을 위협하면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하지만, 작은 애완견이 집을 잃고 돌아다니면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새로 마련한 구조 활동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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