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대약국' 열어 십수억 챙긴 80대 실형…면허대여 약사는 집유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약사 면허를 빌려 개설한 이른바 '면대 약국'을 6년간 운영하며 10억원이 넘는 요양·의료급여를 챙긴 8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8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돈을 받고 수년간 약사면허를 빌려준 약사 B(69·여)씨와 C(81·여)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B씨에게 약사면허를 빌린 뒤 약사로 채용하는 대가로 월 4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약사가 아닌데도 약국을 개설해 운영했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가 인근 병원 의사와 담합행위를 한 혐의로 고발돼 약국 폐업신고를 하자 A씨는 C씨에게 약사 면허를 빌려 인근에 다시 약국을 개설해 2014년까지 운영했다.
A씨가 6년간 약사 면허를 빌려 개설한 '면대 약국'을 운영하며 B, C씨 명의로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요양·의료급여 비용명세서를 제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로부터 받은 요양·의료급여는 총 10억6천900만원에 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약사를 고용해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무자격자가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약사법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과다진료·의약품 오남용 폐해는 물론 허위·부당 청구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재정 건전성도 해칠 위험이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면허를 빌려준 약사 2명에게는 "약사 자격이 없는 A씨에게 고용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빼돌려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매월 급여를 받은 것 외에는 얻은 이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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