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 민사소송 지원…취하 조건으로 업주와 배상 합의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6년여 동안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1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던 지적장애 종업원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의 도움으로 일부를 돌려받았다.
31일 공단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인 A(59·여)씨는 2012년 1월 말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약 6년에 걸쳐 B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일했다. A씨는 "나중에 방을 하나 얻어주겠다, 나중에 임금을 주겠다"는 B씨의 말을 믿고 하루 12시간 이상 식당 허드렛일을 했지만,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A씨가 그동안 못 받은 월급은 무려 1억2천8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정신적·육체적 학대도 당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A씨가 손님 요구나 업주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업주인 B씨가 욕설·폭언을 하고, 머리를 쥐어박았다는 것이다.
또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A씨 의사에 상관없이 항상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도록 강요했고, 난방시설이 없는 방에서 지내게 했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두달여 동안은 식당 안에 있는 의자를 붙여 잠을 자기도 했다.
A씨는 오후 2∼3시가 되어야 아침을 먹었고, 오전 1시 이후 손님이 없을 때 손님이 먹고 남긴 고기와 소주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고 공단 측은 전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1월 29일 "분위기도 맞추지 못한다"는 B씨의 폭언을 듣고는 식당 창문을 통해 식당 밖으로 빠져나왔다.
추운 겨울 날씨에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떨고 있는 A씨를 발견한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에 대한 착취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현재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지내면서 장애인 인권 단체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B씨를 구속기소 했다.
공단은 A씨가 받지 못한 임금·퇴직금 1억4천여만원, 장기간에 걸친 정신·육체적 학대에 따른 위자료 2천만원 등을 B씨에게서 받아내기 위해 지난 6월 대전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경제적 약자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A씨를 대리한 공단은 지난 25일 B씨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6천500만원 배상 합의를 이끌어 냈다.
공단 대전지부 이기호 변호사는 "A씨가 법률적 해결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서비스를 통해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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