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생생한 육성 만나는 인터뷰 모음집
'박완서의 말' 출간…작가가 손수 스크랩해둔 1990년대 기록들 엮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작가 박완서(1931∼2011)의 생생한 육성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 모음집이 나왔다. 딸 호원숙 작가가 엮은 '박완서의 말'(출판사 마음산책).
호 씨는 책 서문에서 "여기 엮은 인터뷰 기록들은 어머니 서재의 깊은 서랍 속에 있던 것들입니다. 어머니가 손수 스크랩하여 모아놓으신 것들입니다. 그중에서 한 번도 출판되지 않은 것을 엮은 것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1990년대에 있었던 대담록의 모음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시인 고정희, 문학평론가 정효구, 문학평론가 김경수와 황도경, 소설가 공지영, 여성학자 오숙희, 문학평론가 권영민, 시인이자 수필가 피천득과 나눈 대담 7편이 담겼다.
마흔 살에 소설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을 비롯해 이후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한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남성과 여성의 삶에 관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작가는 자신이 소박한 개인주의자라고 말한다.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닙니다. 날 자꾸 페미니즘 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은데…. 억지로 무슨 주의를 붙이자면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예요. 개인주의자구, 그냥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 있잖습니까? 자기가 이 사회에 필요한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항상 떳떳할 필요가 있고, 자기 일을 남에게 존중받고 싶고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것만큼 남에게 대접하는 게 옳고, 남에게 당하기 싫으면 남한테 그러지 않는다든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 있잖아요. 평등 개념이라고 할까.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거지만, 어떻게 보면 난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 거지, 전체를 위해서 나 개인을 희생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이 남자와 여자 사이라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생각밖에 전 없습니다. (89쪽)
여러 작품에서 다룬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여자인 만큼 학력의 고하나 신분을 막론하고 여자가 당하는 불평등과 모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요. 단지 문제의식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소설적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할까요. 그중에서도 '살아 있는 날의 시작'은 여성 문제를 인식하고 쓴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론으로 무장한 것은 아니고 체험으로 썼다고 할까요. 지금까지도 나는 이성에 봉사하는 일은 잘 안 되고 있어요. 그냥 살다 보면 문학이란 게 본래 그런 것 아니겠어요. 본질적으로 억압받는다든가 서러운 계층, 그늘에 가려진 층에 대한 애정을 쏟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36∼37쪽)
고정희 시인은 그를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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