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진드기가 산호초 복원 마지막 희망도 앗아가"
美연구팀, 피지섬 산호 연구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해양생물학자들이 무시하던 엄지손톱 크기의 작은 바다 달팽이가 쇠약해진 산호에 치명적 피해를 가하면서 산호초 복원의 마지막 희망까지 앗아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바다 달팽이는 돌산호의 일종인 포라이티스 실린드리카(P. cylindrica) 산호에 붙어 액을 빨라먹어 '산호 진드기'라는 별명도 갖고있다.
27일 UPI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공대 생물과학 교수인 마크 헤이 박사는 이 산호 진드기가 피지 섬의 포라이티스 산호에 달라붙어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성장을 43%나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생태학적 응용(Ecological Applications)에 밝혔다.
산호 진드기는 몸체가 작고 색깔이 없는 데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공격 흔적도 남기지 않아 주목받지 않아왔다. 대부분은 손상되거나 쇠약해진 산호에 붙어 액을 빨아먹는데 포라이티스 산호의 경우 손상됐더라도 회복력을 갖추고 있고 얕은 해역의 산호초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헤이 박사 연구팀은 이 해역의 토종 생물인 산호 진드기가 물고기 남획으로 천적이 없어지면서 산호초를 위협하게 된 것으로 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어로활동 허용 해역과 금지 해역으로 나눠 포라이티스에 붙어있는 산호 진드기의 생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로 활동이 금지된 해역에서는 산호 진드기가 없어진 반면 어로 허용 해역에서는 여전히 산호에 붙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쥐치무리가 산호 진드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산호초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산화탄소(CO2) 농도나 수온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 연구결과는 지역 생태시스템의 붕괴가 수온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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