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美 주식시장서 펀드자금 대거 이탈
장기뮤추얼펀드·ETF, 10년만에 최대 유출…미국채로 몰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주식 시장에 몰려있던 자금이 최근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장기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6월 한 달 동안 근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들 펀드로서는 월간 기준으로 최소 10년 만에 최대의 자금 이탈이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가라앉지 않는 데다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덜 위험한 자산으로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 1차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과 때를 같이해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진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펀드의 자금 흐름을 시장 전반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뢰할 만한 지표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투자심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만은 아니며 개인 투자자들이 타이밍을 잘못 잡아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 매도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변화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몇몇 투자자들은 숨 고르기를 할 때라고 말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 투자자들은 관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수 주일 동안 미국의 주식 거래량은 연중 최저치에 머물렀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은 주식 비중이 높은 고객들에게 포지션 변경과 국채 매수 확대를 권하고 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미국 주식에 대해 거듭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상반기 전체로도 자금 흐름의 변화가 뚜렷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에서 상반기에 550억 달러가 빠져나간 반면에 단기물을 중심으로 한 지방채 펀드에는 1천300억 달러가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자금 유입이 둔화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경우, 상반기의 자금 유입이 4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매력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의 최근 수익률은 2.686%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의 배당률 1.9%보다 훨씬 높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주식 시장의 자금 유출은 7월에도 이어졌다. 다만 2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된 7월 중반에 와서는 그 속도가 둔화한 모습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수년 만에 최고라고 말하고 있지만 하반기에 주가 흐름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의 주가 하락을 점친 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은 39%를 가리켜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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