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집사' 김백준 1심서 처벌 면해…"뇌물 무죄, 횡령 시효 지나"(종합)
'박근혜 국정원' 이어 MB 국정원도 '특활비 상납' 뇌물 무죄 첫 판단
국고손실 혐의는 인정되나 김 전 기획관은 단순 횡령죄 적용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및 국고손실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 대해 뇌물 방조 혐의는 무죄를, 국고손실 방조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로 판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준비한 총 4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예산관을 통해 여행용 가방이나 쇼핑백에 현금을 담아 보내주면, 김 전 기획관이 직접 혹은 부하 직원을 시켜 청와대 부근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청와대에 자금을 상납한 것이 예산을 전용한 것이긴 해도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같은 방식으로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을 두고 법원이 내놓은 판단과 같다.
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들, 청와대 비서관들은 모두 뇌물 혐의 대신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앞서 선고된 전직 국정원장들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은 자금 요청을 상급기관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관행적 자금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였던 걸로 보인다"며 "대통령에게 각종 편의를 기대하고 돈을 지원했다고 보는 검찰의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이 김백준 전 기획관에 적용한 다른 혐의인 국고손실 방조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의 방조범이라고 봤지만, 재판부는 '회계관계직원'이라는 신분이 적용되지 않는 그가 방조한 범행은 단순 횡령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는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되는 사람이 국고나 지방자치단체 돈을 횡령하는 경우에 처벌을 가중하도록 한다.
특가법이 적용될 경우 김 전 기획관의 범죄는 공소시효 10년이 적용되지만, 단순 횡령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7년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008~2010년 저질러진 김 전 기획관의 범죄혐의는 공소시효를 완성한 것으로 보고 면소 처분했다.
이날 판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을 두고 사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110억원대 뇌물 혐의 가운데 약 7억원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특가법상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재판부는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등 특정 목적을 위한 특수활동비를 이와 무관하게 사용한 점은 국고손실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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