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사업 절차의 적법성·합목적성 등 모두 살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지역 예술인 활동여건 개선을 위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이 원점재검토 위기에 처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25일 열린 제363회 임시회 1차 회의에서 아트플랫폼 조성을 위해 제주시 옛 도심에 추진하는 지상 8층 규모 건물 매입과 관련해 사업 절차의 적법성, 합목적성, 투자 효율성을 다시 살피는 등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의원들은 이날 제주도와 건물주 사이에 이뤄진 불공정 매매 계약의 책임 소재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건물과 토지에 대한 계약금이 각각 1원으로 됐지만, 2차 중도금 지급 전에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20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매매 계약서에 대해 이승아 의원은 "박경훈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임의로 (해당 계약을) 판단·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제주도에 보고했던 사안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홍두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재단 이사회에서 기금을 사용한다는 의결을 했고, 계약 관계는 이사장이 혼자 한 것은 아니고 실무책임자와 본부장이 있어서 (재단) 내부 절차를 거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100억원이 넘는 사업의 모든 권한을 재단이 제주도로부터 넘겨받은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용 의원도 "20억원의 손해배상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지방재정투자심사 또는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절차적 적법성에 문제가 생기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 누구의 책임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에 하나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잘못이 인정되면 건물 매입을 하지 못하고, 재단은 계약 위반으로 20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며 결국 총 책임자인 박 이사장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상임위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것도 매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절차의 적법성, 합목적성, 긴급성, 필요성, 투자 효율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것이고, 이번 사안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지금까지 이사회 의결을 존중하는 뜻에서 큰 틀에서 승인해왔다"며 "앞으로 예산이 수반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계약 내용도 철저히 보고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5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재단의 기본재산 170여억 원의 61％(113억원)를 들여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영화극장 건물(메가박스 제주)을 매입하기로 했다.
제주지역 예술인 활동여건 개선을 위해 공공연습공간을 마련하는 등 제주시 옛 도심에 (가칭)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해당 사업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20일 2차 중도금 60억원의 지급을 연기하는 등 매입절차를 잠시 중단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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