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기준 안 지키는 제주 펜션·민박 수두룩
'제주 숙박업소 안전과 소비자보호 토론회' 실태조사 결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 내 민박,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 상당수가 계약해지 시 과다한 위약금을 물리거나 성수기에는 환불이 안 된다고 못 박는 등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주 숙박업소의 안전 및 소비자보호 방안' 토론회에서 오흥욱 한국소비자원 제주센터장은 도내 숙박업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도내 행정시에 등록된 숙박업소 90곳(펜션 26, 민박 51, 게스트하우스 13) 홈페이지의 취소·환불정보, 요금·위치정보에 대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소비자 또는 사업자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취소·환불 위약금 규정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한 곳은 1곳(1.1%)에 불과했다.
태풍, 폭설 등 기후변화나 천재지변에 따른 환급 규정을 지킨 곳도 28곳(31.1%)에 그쳤다.
나머지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지 않았거나 관련 규정을 게시하지 않았다.
기준 미준수 업소들은 '성수기에는 환급 불가', '사용예정일 7일 전부터 환급 불가', '사용예정일 30일 이전 취소 시에도 80%만 환급'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을 개시해놓았다.
실제 소비자 피해사례도 계약 취소와 관련된 부분이 많았다.
최근 3년(2015∼2017)간 제주도 내 숙박업소 관련 피해구제 사례는 총 192건이며, 이 가운데 과다한 위약금 청구나 환급 거부 등 계약 취소 관련 사례가 152건(79.2%)을 차지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지난해 7월 14일 숙박플랫폼을 통해 제주의 한 민박을 8월 12∼14일 이용하겠다고 예약한 A씨는 개인 사정으로 예약 당일에 바로 계약을 취소했다.
숙박업소 환불규정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같이 이용 10일 전 취소할 경우 전액 환불해주도록 돼 있었지만 숙박플랫폼 환불정책에 따라 50%만 환불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서귀포의 한 펜션을 이용하기로 예약한 B씨는 숙박 당일 애초 예약했던 방이 아닌 다른 방을 배정받아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업소 측은 요금을 일부만 환급해주기도 했다.
오 센터장은 "자체 규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상의 환급 규정이 다를 경우 이로 인한 소비자 분쟁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지키도록 행정 지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실태조사 대상 90곳 중 홈페이지에 숙박업 등록·신고업종을 고지한 곳이 1곳뿐이었으며,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불법 영업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다"며 등록·신고 행정기관과 필증번호 홈페이지 게시 의무화, 미신고·위반 사업자를 실시간 공개하는 숙박업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게스트하우스, 공유민박 등 새로운 숙박업소 증가로 불법운영, 성범죄, 절도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은 현행법 취지에 맞도록 홈스테이 형식으로 도내 허용을 검토하고, 게스트하우스는 별도의 숙박업으로 분류해 법적 근거와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정숙 제주대 교수 사회로 강순희 소비자교육중앙회 제주지부 회장 등 지역 소비자단체와 유관기관 전문가 6명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소비자원 제주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와 제주도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마련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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