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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차기 총리는 누구…여당 vs 군부 지원 제2야당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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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차기 총리는 누구…여당 vs 군부 지원 제2야당 '접전'
25일 총선…부토 여사 아들 이끄는 제1야당은 '킹메이커'될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3차례 총리를 역임한 형에 이어 여당을 이끄는 주(州) 총리, 군부의 암묵적 지지를 등에 업은 크리켓 스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젊은 아들.
파키스탄 총선이 오는 25일로 다가오면서 차기 총리 후보자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뜻 보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한 여당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ML-N은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하고 의원 수가 가장 많은 펀자브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몇 개월 전만하더라도 현지 언론에서는 PML-N의 승리를 낙관하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현지 여론 조사 등에 따르면, 제2야당인 '테르히르-에-인사프(PTI)'가 급부상하면서 총선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PML-N과 PTI가 팽팽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30)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킹메이커' 노릇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총리는 세 정당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PML-N의 간판스타는 군부에 맞서 싸우며 친서방 정책을 펼쳐온 나와즈 샤리프(69) 전 총리다.
동부 펀자브 주도 라호르의 재벌 가문 출신인 샤리프 전 총리는 1990년 이후 세 차례나 총리를 맡는 등 파키스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작년 7월 대법원 판결로 총리 자리에서 쫓겨났다. 2013년 총선에서 해외자산 은닉 등 헌법상 의원의 정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샤리프 전 총리는 해외자산 은닉과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파키스탄 반부패 법원은 지난 6일 궐석재판으로 그에게 징역 10년형과 800만 파운드(약 119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던 샤리프 전 총리는 징역형을 무릅쓰고 지난 13일 귀국해 체포됐다.
그는 귀국 비행기에서 로이터통신에 "나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선거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밝혔다.
현재 PML-N은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67) 펀자브 주(州) 총리가 대신 이끌고 있다. PML-N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셰바즈 샤리프가 총리가 될 수 있다.
다만, 샤리프 전 총리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뒤 PML-N는 군부의 '물밑 흔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민간 정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권을 잡아왔다. 2008년 이후에는 문민정부가 2기 연속 5년 임기를 마쳤지만 여전히 군부는 막후 실세로 정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부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여러 분야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총선 후보에 압력을 가해 출마를 포기하게 하거나 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는 방송 중단 압력 등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프 전 총리 측은 지난해 총리 실각 판결에도 군부가 배후에서 개입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군부는 이 같은 추측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이런 군부가 은근히 밀고 있는 정당이 PTI다.



PTI는 크리켓 스타 출신인 임란 칸(66)이 이끌고 있다.
그는 반부패 이미지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세워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중산층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칸은 '앙숙'인 인도와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샤리프 전 총리의 입장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활동을 은근히 옹호하는 등 서구에 맞서는 테러리스트의 활동에도 비교적 우호적인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도 PTI의 지지 세력 중 하나라고 BBC는 전했다.
외세를 비판하며 독립적인 외교를 주장하는 군부와 코드가 어느 정도 맞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정국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현지 언론인인 자히드 후사인은 CNN에 "칸은 한 번도 진지한 정치 철학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파키스탄 명문 정치가인 부토가 출신인 자르다리 총재는 제1야당인 PPP를 이끌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토 가문의 한 측근은 CNN방송에 "자르다리는 이번이 아니라 다음 총선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PML-N과 PTI가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자르다리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결국 PML-N과 PTI 가운데 자르다리 대표와 손을 잡고 연정을 꾸리는 정당이 총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총리가 나오든 군부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종족, 종교, 지역에 기반을 둔 파키스탄 정치 지형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BBC는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군부는 파키스탄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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