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5% 건강정보 털린 싱가포르 "국가 차원 해킹 정황"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 해킹 공격으로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포함해 약 1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받는 해킹 집단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글로벌 보안전문 업체 파이어 아이의 아태지역 사장인 에릭 호는 22일 채널뉴스 아시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런 유형의 공격은 고도로 진화한 도구를 사용하는 국가급 해커 집단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풍부한 자원과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우 고도화한 기술을 사용한다"면서 과거 국가급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는 러시아, 북한, 중국, 이란 등을 언급했다.
보안 컨설팅 업체인 란티움의 제프 미들턴 최고경영자(CEO)는 "건강 데이터는 힘이 있는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인 만큼 해커들이 특히 관심을 둔다"라며 "특정 의약품을 이용한다는 정보가 있다면 건강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건강정보는 누군가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도록 하는 데 쓰인 적이 있다. 러시아 스파이 집단이 그런 방식을 쓴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해커들이 악성 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를 이용해 싱가포르 헬스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약 150만 명의 진료기록 등을 빼갔다고 밝혔다.
2015년 5월부터 지난 4일까지 싱가포르 병원의 외래 환자 개인 신상 명세와 처방 약품 등에 대한 정보가 유출됐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피해를 본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이다.
해커들은 특히 리 총리의 신상정보와 처방 약에 대한 정보를 빼가려는 시도를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리 총리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해커들이 무엇을 찾아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숨겨진 국가기밀이나 적어도 나를 당황하게 할 뭔가를 찾으려고 했을 것"이라며 "우리 데이터 시스템에 침투한 해커들은 고도로 훈련됐고 단호했다. 침투 시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70만 명의 피해자에게 우선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하고, 휴대전화가 없는 15만 명에게는 직접 서한을 보내 관련 내용을 알리기로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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