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때 이른 폭염 맹위, 피해 최소화에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때 이른 폭염이 7월 한반도를 가마솥처럼 달구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폭염 주의보 발령 기준인 33도를 넘고,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1주일 이상 지속하면서 사람과 가축은 물론 농작물, 양식어류 등에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총 663명으로, 이 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열 질환자는 특히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화한 지난 8일부터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 폭염으로 지금까지 닭·오리 등 가축 79만 마리가 폐사해 42억 원(추정 보험금 기준)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불볕더위가 앞으로 최장 40일간 이어져 피해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 당국은 올해 폭염이 지구 온난화에다 티베트 고원에서 데워진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합세해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 북반구 전체에 고온다습한 '열 돔'(heat dome)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올 장마가 시작 14일 만인 지난 9일 조기에 끝나면서 33도 이상 찜통더위의 지속 기간이 역대 최장(33.1일)인 1994년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무더위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일찍 시작된 데다, 비 예보도 없어 당분간 참기 힘든 무더위가 계속될 것인 만큼 모두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단단히 대비할 때다.
폭염이 계속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하나로 겨우 버텨야 하는 취약계층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홀몸노인이나 거동 불편 장애인, 노숙인 등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간 의례적으로 하던 형식적 조처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확실한 도움이 될 구체적 대책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취약층에 냉방 시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혹시 있을 비상사태를 고려해 비상 구급체제도 재정비하기 바란다. 고용노동부가 야외 근로자 안전을 위해 열사병 예방 수칙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보건 전반에 고강도 감독을 벌이도록 18일 지방 조직에 지시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개인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건강 수칙을 잘 지킬 필요가 있다. 한낮에는 옥외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경기 동두천에서 4세 여아가 폭염 속 어린이집 통원 차 안에 7시간가량 방치됐다 숨진 사례에서 보듯 방심에 따른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 한다. 주위에 무더위로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즉시 당국에 구조를 요청하는 공동체 의식도 발휘하기 바란다. 농어민들은 농작물과 가축, 어류의 피해 방지를 위해 가림막 설치 등 필요한 조처를 다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 이변과 정도와 빈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종합 대책을 마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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