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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위해서라면"…운동장에 풀장 뚝딱 만든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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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위해서라면"…운동장에 풀장 뚝딱 만든 초등학교
수원 광교 산의초교, 1∼2학년 하루 5시간 물놀이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우리 학교, 교장샘 정말 짱이에요! 온종일 물놀이하고 놀 거에요."
학교 수업이 끝난 18일 오후 2시께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있는 산의초등학교 운동장.



운동장 한쪽에 설치된 3개의 풀 안에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2학년 여자아이들은 분홍색과 하늘색 수영복을 입고 친구들과 물총 놀이를 하고 있었고, 5학년 남자아이들은 학교에 입고 온 옷 그대로 물속에 풍덩 몸을 던졌다.
이곳은 지난 17일 개장한 '하하 호호! 즐거운 산의 물놀이 학습장'이다.
무더운 여름 폭염을 피하라고 지방자치단체가 물놀이장을 만들어 시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일은 많지만, 초등학교가 운동장에 물놀이장을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13일 산의초 병설 유치원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빌려 물놀이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산의초 1학년 아이가 "선생님, 우리도 물놀이하게 해주세요"라고 건의하자 윤성철(57) 교장이 일사천리로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윤 교장은 곧바로 학교운영비 200만 원을 들여 인터넷 쇼핑몰에 가로 6m에 세로 4m짜리 사각 풀 1개와 지름 3m짜리 원형 풀 1개를 주문했다.



사흘만인 지난 16일 오후 풀이 도착하자 윤 교장과 남자 체육부장 둘이서 그날 밤 9시까지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1학년 1반과 2학년 9반 저학년 학생 100여 명이 교대로 풀장에 들어가 5시간 동안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여름' 교과서에 나오는 여름 놀이를 체험하는 학습이다.
학교운동장에 물놀이장이 개장하기 전날부터 신나게 놀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교사와 학부모 도우미의 보호 아래 시원한 풀 안에서 더위를 식혔다.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모래 놀이를 하기도 했다.
2학년 고민경·김주은·김예은 어린이는 "친구들에게 물을 쏘는 게 너무 재밌고 신난다"며 잠시도 풀 안을 떠나지 않았다.
원래는 1∼2학년 각 10개 반 학생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지만, 오후 2시가 지나면 5∼6학년 고학년 아이들도 풀장에 뛰어든다.
5학년 3반 임단우 어린이는 "점심시간에 처음 들어와 놀았는데 너무 재밌어서 수업 끝나고 다시 찾아왔다"면서 "친구들과 물싸움하는 게 재밌어서 매일 매일 물놀이를 하겠다"고 말했다.
산의초 물놀이장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떻게 운동장에 물놀이장을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아이들이 신이 나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물놀이장을 만든 1등 공신으로 윤성철 교장을 꼽고 있다.
풀을 주문해 직접 설치하고 매일 저녁 늦게까지 풀을 청소하느라 늦게 퇴근하는 윤 교장이 아니었으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스카우트 경기 남부 훈육위원장인 윤 교장은 물놀이장을 설치하고 관리하느라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그를 위해 스카우트 경기 남부가사각풀을 하나 무료로 빌려주고, 청소도 도와주고 있다.
윤 교장은 "아이들이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마음껏 노는 것을 배우는 것이 학습 목표"라면서 "요즘처럼 더운 날 아이들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다른 학교에서도 도입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의초 물놀이장은 1∼2학년 아이들의 체험이 모두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운영된다.
경기혁신학교로 지정된 산의초는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천88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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