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출판진흥원장 "비문학·비전문작가 지원 보완"
취임 기자간담회 "출판·책 미래가 비관적이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정부와 출판계 사이에서 가교를 놓을 수 있는 효율적인 조정·집행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수영 신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출판계 블랙리스트'로 표출된 정부와 출판계 사이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뼈아픈 건 출판진흥원은 다른 어떤 곳보다 생각의 자유를 옹호해야 할 기관임에도 블랙리스트에 연루돼 본질적인 정체성이 훼손됐다는 사실"이라며 "책의 정신, 출판의 정신을 회복하고 신뢰를 쌓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책임규명 권고 내용을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출판진흥원 운영 방향으로는 출판현장, 정책연구, 독자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출판현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우리 판단으로 직접 정책을 수립하고 생각을 만들어나가겠다"며 "좋은 성과를 거둔 서울북비즈니스페어와 같은 사업을 통해 도서 저작권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진흥원이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나름의 정책적 비전을 갖고 정책연구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며 "출판계 요구를 수렴하고 여러 정책 과제들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상설화한 토론 마당을 진흥원 주최로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출판진흥원 내에 원장 직할 조직으로 정책통계연구센터를 새로 개설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독자와 관련해서는 "독자를 소비자에 국한하지 않고 생산자로서 책의 생산현장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진흥원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임기 초기에는 다양한 기존 사업들 본래 취지대로 잘 수행하는 데 주력하고, 업무를 파악한 뒤 올해 말 출판진흥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계획도 공개했다.
출판산업 진흥 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원이 소홀한 분야를 보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원장은 "문학출판도 어렵지만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는 문학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비문학 출판 쪽에 더 관심을 가지려 한다"며 "전문적인 영역보다는 일반교양, 전문작가보다는 일반작가, 성인작가보다는 아이들, 청소년, 대학생이 글을 쓰는 걸 지원하는 등 전체적으로 균형감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출판산업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전통적인 종이책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스토리를 생산·소비하고 있다"며 "출판 위기의 본질은 콘텐츠를 생산·소비하는 행위와 출판에서 생산하는 책이란 매체가 만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의 소비와 생산이 출판산업의 현장과 좀 더 만나게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출판산업의 미래, 책의 미래가 비관적이지 않다"며 "이런 낙관적이고 희망 섞인 신념으로 원장직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제3대 출판진흥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처음 출판진흥원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 출판계 출신 원장이다. 출판진흥원은 앞서 새 원장 선임 때 불거진 '낙하산 기관장'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출판진흥원은 '출판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기성 전 원장이 작년 말 물러나면서 6개월 이상 원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 원장은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학위를 받은 철학박사로 2002년부터 문학과지성사에 재직하면서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 로도스출판사 대표,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도 활동했다.
김 원장의 임기는 2021년 7월 10일까지 3년이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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