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존폐 갈림길에 선 구포 가축시장 복날 풍경
"식용개 찾는 손님 꾸준해" vs "도축시설 당장 사라져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개 식용 문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존폐기로에 선 부산 최대의 개시장인 구포 가축시장.
초복(初伏)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식용견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 혀를 내밀고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개시장 거리는 겉보기에 한산했지만, 일부 상점은 복날을 앞두고 분주했다.
개 식용에 대한 외부의 달라진 시선 때문인지 직접 시장을 찾아 구매하는 사람보다 전화로 배달 요청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간간이 상점 앞 철장 안에 있는 개를 한참 동안 뚫어지라 살펴보는 사람도 있었다.
한 상인은 상점 앞에 개를 두는 이유에 대해 "고객들에게 상품가치를 평가받는 것"이라며 "개를 직접 보고 현장에서 도축한 개를 가져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비난 여론이 아무리 거세도 식용 개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있으니깐 20∼30년 동안 한 곳에서 팔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과거보다는 손님이 많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찾는 단골이 많다"며 "여름이 겨울보다 2∼3배 수요가 많고 중국과 베트남 손님들도 2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상점 한편에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주인이 시장에서 애타게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모습을 보고 딱한 마음에 직접 상점에 붙여 놓았다고 업주는 설명했다.
식용견 관련 업계에서는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며, 다른 가축처럼 취급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 시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점심시간 인근을 지나던 박모(33) 씨는 "아무리 개 식용 문화가 옛날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개가 온종일 철장 안에 갇혀 전시품처럼 있다가 도축되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해마다 복날을 맞은 구포 개시장은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 반대 집회가 열린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영업해온 상인 A(65) 씨는 "시대가 바뀌어 혐오시설로 낙인 받아 더는 장사를 하지 못한다면 30년 동안 한 업종에서만 일해온 사람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의 폐쇄 요구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 구포 개시장 전체 18개 상점 중 15개가 '업종전환에 대한 조건부 동의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다.
조건부 동의서에는 상인들이 지금의 영업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대책을 마련하면 전업이나 폐업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포 가축시장 폐쇄 요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성남 모란시장 내 개 시장의 정비가 시작되면서 본격화했다.
이곳은 1970∼1980년대에는 점포가 60∼70곳에 육박하는 한때 전국 최대 규모의 개 시장으로 손꼽혔다.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지금은 18곳의 점포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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