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전 반군 지도자 상원취임 거부…"정부, 평화협정 배신"
이반 마르케스 "동료 지도자 체포·평화협정 수정 항의 차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콜롬비아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가 평화협정 불이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상원 취임을 거부했다고 카라콜 TV 등 현지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반 마르케스 전 FARC 사령관은 이날 반군 지도부 중 한 명이었던 헤수스 산트리치의 체포와 평화협정 수정 등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상원에 취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트리치는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본명이 세우시스 파우시바스 에르난데스로 알려진 산트리치는 과거 쿠바에서 진행된 평화협상에 옛 FARC 반군 협상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산트리치는 평화협정 체결 이후 미국으로 시가 3억2천만 달러 상당의 코카인 10t을 밀수출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돼 지난 4월 콜롬비아 당국에 체포됐다.
옛 FARC 반군은 2016년 11월 콜롬비아 정부와 52년 넘게 계속된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무장을 해제했다.지난해 8월 말에는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어 FARC와 약자가 같은 '공동체의 대안 혁명을 위한 힘'을 새 정당명으로 확정하고 정치세력으로 거듭났다.
평화협정에 따라 FARC 정당은 상하원 5명씩 모두 10명의 의회 진출을 보장받았다. 이에 따라 마르케스와 산트리치는 오는 20일 상원에 취임할 예정이었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평화가 배신의 덫에 걸린 것처럼 느껴진다"며 "시간이 필요한 평화협정 현실화가 지지부진한 때문이 아니라 협정 수정이 합의를 망쳐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르케스의 취임 거부로 대신 옛 FARC 지도부 중 한사람인 벵코스 비오오가 상원에 취임한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콜롬비아 평화협정은 정권 교체로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오는 8월 취임하는 보수 성향의 이반 두케 당선인은 평화협정이 지나치게 반군에게 관대하다며 수정을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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