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대낮 술판'…황령산 순환로 불법노점 '기승'
미온적 단속에 영업 재개 악순환…음주운전 유발 등 부작용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그늘이 있는 여기가 명당입니다. 여기서 한잔하세요."
주말인 지난 15일 오후 3시께 부산 황령산 순환로 갓길에 자리 잡은 불법 노점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순환로 갓길과 보행로에 설치된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에 앉은 손님들은 노점 냉장고에서 꺼내온 차가운 막걸리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늘이긴 했지만,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 속에 이들의 얼굴은 금세 붉게 변했다.
한 업주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시원한 막걸리와 맥주"라고 말했다.
업주의 말대로 황령산 순환로 갓길에 늘어선 노점 옆 테이블에는 막걸리나 맥주 등 술을 마시는 손님으로 넘쳐났다.
문제는 상당수 손님이 차량을 운전해 황령산 순환도로까지 올라온 뒤 노점 인근에 주차하고 마치 아이스커피를 마시듯 술을 마시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이다.
인근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이 없다 보니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한 커브 길에서는 노점 업주가 좁은 차선의 갓길에 1t 화물차를 둔 탓에 순환로를 오르내리는 차량이 양쪽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매주 주말에 황령산에 오른다는 박모(52) 씨는 "순환로 상당수 구간의 경사가 급하고 커브 길이 많아 아찔한 상황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령산 순환로 8.3㎞ 구간 중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등이 훤히 보이는 이른바 명당자리에는 어김없이 이 같은 노점이 자리 잡고 있다.
노점은 차도 갓길과 인도를 막론하고 1t 화물차 등을 장기 주차한 뒤 커피, 음료, 술, 안주, 과자 등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푸드트럭 형태로 개조된 일부 화물차 안에서는 가스레인지를 사용해 파전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지난 5월 말 수영구, 남구, 부산진구, 연제구 등 순환로 관할 4개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자 한동안 노점이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영업을 재개했다.
해당 지자체들이 노점을 적발하더라도 불법 주정차 등으로 부과하는 과태료 3만∼4만 원이 전부다.
성수기 때 노점 한 곳의 주말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식의 단속은 불법 영업을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황령산 순환도로는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이 많다"며 "구청의 불법 노점 단속과는 별개로 불시에 음주 운전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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