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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번트·번트…'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고의 져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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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번트·번트…'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고의 져주기' 논란
야구계 "수십 년 쌓은 명성에 먹칠…스포츠 정신 실종"
군산상고 "다른 중요한 경기 대비·선수 보호 차원"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임채두 기자 = '역전의 명수'로 이름난 전북 군산상업고등학교 야구부가 '고의 져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군산상고 야구 경기를 관람한 관중과 학부모들은 네이버 카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에서 '스포츠 정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경기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낸 글에는 수십 건의 비판 댓글이 달렸고, 조회 수도 1천800건을 훌쩍 넘겼다.
논란이 된 경기는 지난 4일 고창 야구경기장에서 군산상고와 고창 영선고가 맞붙은 제99회 전국체육대회 2차 지역 예선전.
역사와 전통,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는 군산상고가 신생팀인 영선고를 여유롭게 꺾으리라는 예상이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와 내용은 전혀 달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당일 경기 영상을 보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군산상고의 첫 번째 타자는 초구에 번트를 대고 질주해 1루에 안착한다.


타석에 들어선 다음 타자 역시 초구 번트를 댔지만, 1루를 밟지 못하고 아웃됐다.
세 번째 타자의 선택도 투수 앞쪽으로 공을 떨구는 초구 번트였다.
이어 네 번째 타자가 타격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면서 공격을 마쳤다.
마지막 타자를 제외한 이들 세 타자 모두 초구 번트를 댄 것이다.
상대의 허점을 노려 급작스레 실행하는 기습번트나 1루·3루 방면이 아닌 투수 앞으로 굴러가는 것들이었다.
사실상 공격 패턴을 노출하는 '상습번트'여서 진루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비슷한 번트는 다음 공격에서도 마치 '리플레이'를 보는 것처럼 이어졌다.
특히 군산상고 타자들은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후 반 박자 느리게 배트를 휘두르거나 2아웃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을 무모하게 '쓰리 번트'하는 등 석연찮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쓰리 번트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번트를 댈 경우 파울만 되더라도 아웃이 되는 것으로, 프로야구에서도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는 공격법이다.
결국,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군산상고는 영선고에 0대4로 패했다.
당시 경기 감독관을 맡았던 김준환(전 해태 타이거즈 선수·감독) 전 원광대학교 야구감독도 석연찮은 경기가 계속되자 주심에게 '져주기 게임은 안 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김 감독관은 "해당 경기 도중 2아웃에 번트해서 (주자가) 아웃되기도 했는데, 수십 년 야구를 한 내가 봐도 이해를 못 하겠더라"며 "내가 감독이었으면 그런 경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초반에 양 팀 모두 점수를 내지 않으려 하는 것 같은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길래, 주심에게 '경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경기를 중단하고 주의를 주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시합에 대한 문제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 같다. 현재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기를 지켜본 학부모와 관중은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한 누리꾼은 "스포츠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겁하고 어이없는 경기였다"며 "군산상고가 투수를 내·외야에 포진시키는 등 게임에 지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다른 누리꾼은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며 "우리나라 스포츠에 발전이 없는 이유를 절실하게 느꼈다. 아이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야구를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적었다.
야구계도 "야구 명문 군산상고가 이번 경기로 수십 년 쌓은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면서 "야구협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산상고 석수철 감독은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번트를 지시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이 경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전국체전에 나갈 수 없는 (예선) 성적이었고, 주말에 예정된 다른 중요한 경기에 대비해 선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일부 주전 선수를 뺐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석 감독은 "프로야구에서도 상대 투수가 강하면 안타가 하나도 없는 노히트노런 게임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1년 내내 게임을 해야 해서 감독으로서는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경기와 덜 중요한 경기를 구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군산상고의 이 같은 패배로 자동 우승을 놓쳐 전국체전 출전이 불투명해진 전주고는 "군산상고가 고의로 져 준 의혹이 있다"며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협회·전북도교육청·전북체육회 등에 '승부조작(고의 패배)에 대한 조사요청'을 공식적으로 의뢰했다.
전북야구협회는 "조사·심의 결과 승부조작 등이 인정되면 지도자 자격 정지(3년 이상)는 물론 영구제명도 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ichong@yna.co.kr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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