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중국 민간연구소, 당국 탄압에 길거리 나앉아
임차계약기간 남았는데도 경찰 종용에 사무실 폐쇄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자유주의 성향의 중국 민간연구소 직원들이 공안 당국의 탄압으로 사무실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나앉았다고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993년 저명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마오위스(茅于軾) 등이 창립한 톈쩌(天則)경제연구소는 베이징의 한 주택가 아파트에 사무실을 두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중국의 경제 자유화와 정치 민주화를 주장하는 이 연구소는 언론 자유, 법치주의 등의 민감한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자주 개최해 당국의 표적이 돼왔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 정부가 톈쩌경제연구소의 연구소 허가를 취소했으며, 이로 인해 현재 이 연구소는 컨설팅 기업으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허위 정보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톈쩌경제연구소의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정부에 의해 폐쇄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연구소의 사무실 임차계약이 2020년에 종료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임대한 부동산회사 측에서 중도 계약 종료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연구소 측이 계약 종료를 거부하자, 이 부동산회사는 단전과 단수 조처를 할 것이라고 위협하더니 급기야 지난 10일 연구소 사무실 문을 용접해 폐쇄해 버렸다.
당시 사무실 안에 있던 5명의 직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겨우 구조됐다. 부동산회사 측은 다음날 다시 사무실을 폐쇄했다.
부동산회사 관계자는 "경찰과 주민위원회가 주민의 민원 제기를 이유로 임대계약을 종료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정부와 경찰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톈쩌경제연구소의 청훙(盛洪) 소장은 "인근 주민의 민원을 받거나 분쟁을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최근에 베이징의 한 인권단체가 비슷한 경우를 당해 사무실에서 쫓겨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당국의 탄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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