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승리' 정우람 "다음 목표? 1세이브 더 추가하는 것"
26세이브로 압도적인 1위…"40세이브는 39세이브 올렸을 때 생각"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신기해요. 왜 우리 팀은 정우람이 등판하면 늘 이길까요."
9개 구단 팬들의 부러움을 산 한화 이글스 팬의 유쾌한 농담이다.
2018년 KBO리그는 '마무리 투수 수난시대'다. 하지만 한화 마무리 정우람(33)에게는 '남의 일'이다.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만난 정우람은 "다른 팀 마무리 투수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다. 내가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라고 넘어가기엔, 정우람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정우람은 11일까지 4승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 중이다. 비교할만한 마무리 투수조차 없다.
정우람이 등판하면 한화는 승리를 확신한다. 경기 종료까지 마음을 졸이는 다른 팀과는 다르다.
한화는 정우람이 등판한 35경기에서 34차례 승리했다. 승률은 0.971이다.
단 한 번 패배도, 1-12로 크게 뒤진 4월 1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에서 몸을 풀 때 당한 것이다. 팽팽한 승부에서는 늘 정우람이 이겼다. 블론세이브도 두 차례 범했지만, 정우람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고 끝내 한화가 승리했다.
마무리가 등판한 경기 승률만 봐도 '정우람의 위용'을 실감한다. 함덕주(두산 베어스) 등판 승률은 0.769,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은 0.759다.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정우람은 구원 부문 2위 정찬헌(LG 트윈스. 19세이브)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구원왕'을 예약했다.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홀드왕에 오른 정우람은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홀드, 구원 1위에 오르는 기록도 작성할 전망이다. 정우람에 앞서 조웅천(2000년 홀드 1위, 2003년 구원 1위)과 정재훈(2005년 구원 1위, 2010년 홀드 1위)만이 달성한 진기한 기록이다.
정우람은 "나는 중간계투로 오래 뛰었다. 불펜의 중요성을 잘 안다"며 "세이브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송은범, 안영명 선배와 박상원, 서균, 김범수 등 젊은 선수들이 중간에서 잘 던져줘서 내게 세이브 기회가 왔다"며 "타자들도 중요할 때 점수를 내줬다. 팀이 좋은 분위기로 시즌을 치른 덕에 내가 구원 1위에 올라 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생애 첫 구원왕 등극을 앞두고도 정우람은 들뜨지 않았다.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2010년 30개) 기록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정우람은 "다음 목표는 27세이브를 올리는 것이다. 물론 40세이브를 기록하면 기쁘겠지만, 39세이브를 올린 뒤에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차분하게 1세이브씩을 추가하는 정우람 덕에 한화는 뒷문 걱정을 잊고, 전반기 2위를 확정했다.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면 팀이 승리한다'는 당연하지만, 2018 KBO리그에는 당연하지 않은 공식을 한화와 정우람이 지켜가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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