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형종, 다시 머리 자른 이유 "목표 이뤘으니까요"
"눈치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길렀다는 데 만족…다음에는 허리까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올 시즌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29)은 남다른 머리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이형종은 2018시즌을 맞아 머리를 길렀다. 특히 목을 덮을 정도로 뒷머리를 길렀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이 정도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중·고교 야구로 거슬러 올라가면 '머리 긴 야구 선수'를 찾아보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형종이 다시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종은 지난 9일 머리를 잘랐다고 밝혔다.
어렵게 길렀던 꽁지머리를 단정하게 정돈한 모습이었다.
마침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 무더위 속에서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난 직후여서 더욱 시원한 느낌을 줬다.
이형종은 "머리를 기른 것은 자신감을 높이고 눈치를 안 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 잘랐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모두가 짧은 머리를 하는 야구계 문화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길렀었다.
이형종은 늘 긴 머리를 해보고 싶었다. '야생마'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원장의 현역 시절을 보고 그런 꿈을 키웠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야구 환경에서 머리를 기르려면 이런저런 잔소리와 간섭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형종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는' 용기를 냈다.
그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눈치 보지 말고 자신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길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형종은 "스프링캠프에 갈 때부터 머리를 길렀다. 그때부터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꿋꿋하게 5∼6개월을 버텼다는 데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는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이기도 하고, 목표도 나름 이뤘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잘랐다"고 덧붙였다.
또 "단발머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님도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머리를 자르고 오니 너무 좋아하시더라"라며 또 한 번 웃었다.
이형종은 머리를 잘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전반기 경기를 모두 마치고 다음 주에 자를 수도 있었겠지만,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냥 머리를 기르는 게 목표였다"고 미련 없이 짧은 머리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물론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도 살짝 들어있다.
이형종은 "전반기 성적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그런데 최근에 안 좋고 장타도 안 나와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후반기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11일 SK 와이번스전까지 타율 0.350(263타수 92안타) 7홈런 등을 기록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2016년 이래 가장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이형종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긴 머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단발 이상으로 기르고 싶다. 등까지, 아니면 날개 뼈까지는 기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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