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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베트남식 경제개혁 쉽지 않을 것"
베트남, 세계질서에 반항 아닌 순응해와

(서울 =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과 북한 간 관계완화를 위한 당장의 현안은 비핵화이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이 당면한 보다 중요한 도전은 경제의 정상화이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따라서 북한에 경제적 정상화를 위해 베트남을 본받을 것을 제의했다. 그리고 베트남식 모델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베트남과 여건이 다른 만큼 베트남식 모델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베트남 출신 흐엉 레 투 선임분석가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베트남이 1975년 베트남전 승리 이후 서방으로부터 북한과 마찬가지로 불량국가 취급을 받아 제재와 단교 등으로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그러나 공산당 통치를 위태롭게 하지 않은 가운데 전후 고립을 벗어나 경제 현대화와 외교관계 회복에 성공했으며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과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지도부가 중국의 시장개혁과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영감을 받아 독자적 개방혁신 모델인 '도이머이'를 만들어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뒀음을 지적했다.
흐엉 분석가는 지도자 김정은이 상당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북한에도 베트남이 훌륭한 개방개혁 모델로 비칠지 모르나 북한에 장애를 안겨주는 심각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베트남이 세계에 재편입한 것은 전후 질서에 반항하기보다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비록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현재 불투명하며, 핵무기가 여전히 북한의 가장 강력한 흥정수단이 되는 만큼 북한이 국제군축시스템에 순응할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또 베트남은 결코 핵 위협을 제기한 적도 없으며 고립 기간도 20년 미만으로 북한의 60년 이상과 비교하면 훨씬 짧다고 지적했다.
고립의 질도 북한과 비교하면 유연했다는 평가이다. 서방으로부터 봉쇄된 상황에서도 베트남은 동유럽국들과 교육 및 과학 교류를 계속했으며 이것이 베트남 경제가 뒤따라 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하면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인 이념적 타임캡슐에 갇혀 외부 세계와의 교류가 제한돼왔음을 흐엉 분석가는 지적했다.
베트남은 비교적 신속하게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국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그룹에 가입해 경제적 편입과 무역증대에 따른 혜택을 누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시기적으로 세계화가 역풍을 맞고 있는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기존의 세계화 공약으로부터 후퇴하고 유럽연합(EU)도 내부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일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면서 남북한은 베트남보다 훨씬 오랫동안 분단돼왔을 뿐 아니라 현재도 사실상 전시상태가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정은이 비록 부친이나 조부보다는 훨씬 덜 이념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관심은 체제보전이라는 것이다.
흐엉 분석가는 결국 베트남식 경제개혁은 옹호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여전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시도하려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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