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한달…"핵위협 없다" 트윗서 "강도적" 담화까지
'핫라인' 통화 가능성 시사에 '워게임' 중단 실행, 미군유해 송환도 추진
후속협상 지연되는 사이 제재 연장하고 '핵시설 은폐' 보고도 언론 유출
폼페이오 3차방북 직후 펀치 주고받았지만 정상간 신뢰는 '여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세기의 만남으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싱가포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달간 북한과 미국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출발은 산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해 장밋빛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어 15일에는 폭스뉴스 인터뷰,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사실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며 정상 간 핫라인 가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두 정상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워게임(war game)을 중단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대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한다는 발표가 18일 나와 '포스트 6·12' 대화무드 형성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6·25 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작업도 지난달 하순 시작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열흘 후인 22일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 등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방이라도 진행될 것 같던 북미 후속 협상이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가 현지 언론들을 통해 잇따라 유출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보도로 미국 내 일각에서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비밀리에 방한해 이달 1일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동해 후속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한 달 가까이 벌어진 물밑 기싸움 끝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세 번째로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내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비핵화 시간표' 마련과 미군 유해송환 완료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 장관이 떠난 직후 담화를 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면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하며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도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하고, 한동안 자제하던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이러한 신경전 속에서도 양측은 서로 상대국 정상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며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에서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contract),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북한 외무성도 폼페이오 장관의 태도를 비난한 담화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훌륭한 친분관계와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감정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대화 과정을 통하여 더욱 공고화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하시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신뢰를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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