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외래 해충까지…부산항 빈 컨테이너 실태조사한다
해수부·검역본부 전 부두 대상 문제점 파악 후 개선책 마련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빈 컨테이너가 항만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부산해양수산청은 10일부터 부산항 전 컨테이너 터미널을 대상으로 부산항만공사, 세관, 농축산물 검역본부와 합동으로 빈 컨테이너 실태조사에 나섰다.
정부가 빈 컨테이너 실태조사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열흘가량 신항과 북항의 모든 터미널을 돌아가며 하루 6~7시간씩 반출되는 컨테이너 속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컨테이너를 수출기업에 가져다주는 트레일러 기사들을 면담해 그들이 겪는 애로와 문제점도 파악하기로 했다.
트레일러 기사들은 터미널에서 배정받은 빈 컨테이너의 문을 가장 먼저 열어 내부를 살피고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안에 들어가서 쓰레기 등을 치운다.
현재 선박에서 부산항 각 터미널에 내려진 빈 컨테이너들은 아무런 내부 검사 과정 없이 그대로 장치장에 쌓여 있다가 국내 수출기업에 전달된다.
트레일러 기사들은 컨테이너 속에 성분도 모르는 가루, 흙덩이와 먼지, 건축 폐자재, 헌 옷가지 등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든 경우가 허다하고 바퀴벌레, 사마귀, 좀, 지네, 개미 등 각종 벌레까지 돌아다닌다고 주장한다.
전국 항만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붉은불개미가 유입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기사들은 선사들이 수리와 청소를 마친 깨끗한 컨테이너를 제공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문제라며 정부가 실태조사를 해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해 왔다.
선사들은 수입화주로부터 컨테이너 하나당 2만5천원에서 4만원가량의 청소비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는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문제가 많다고 판단되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정밀조사를 벌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온 빈 컨테이너는 190만여개에 이른다. 하루 5천200개꼴이다.
수입보다 수출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 무역구조 상 화물을 담아서 외국으로 보낸 컨테이너 상당수가 빈 채로 돌아오고 싼 보관료 때문에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을 여분의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다른 항만보다 빈 컨테이너 유통이 상대적으로 많다.
항만업계는 선사들이 청소만 제대로 해도 지금처럼 컨테이너 속에 온갖 쓰레기와 벌레들이 든 채로 반입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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