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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연예기획사 대표 '땅끝'서 배추로 인생역전
해남평화농수산물 장평화 씨…"300만원으로 시작해 3년 만에 100억 매출"
2018 귀농귀촌 박람회 '귀농 콘퍼런스'…성공한 청년 창업농 사례 소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화려한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며 연습생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노크한 한 청소년이 10여 년 간 우여곡절을 겪은 뒤 전남 해남에서 '배추'로 대박이 났다.
한때 억대의 빚을 지고 삶의 의욕까지 잃었던 이 청년은 단돈 3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 불과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의 꿈을 이뤘다.
전남 해남에서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해남평화농수산물을 운영하는 장평화(35)씨 이야기다.
장 씨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귀농귀촌 박람회' 마지막 날 '귀농 콘퍼런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 같은 자신의 '인생역전' 스토리를 들려줬다.
장 씨에 따르면 그는 19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를 위해 기량을 쌓는 과정인 연습생으로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2년 뒤 정부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업계의 '주먹'들을 소탕하면서, 장 씨는 21살에 회사를 떠안아 운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의 꿈은 사라지고, 손에 남은 것은 4억원에 달하는 빚뿐이었다. 채무 독촉으로 어려움이 극에 달하던 20대 후반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도시에서의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뒤로하고 '제2의 인생'에 승부를 본 종목은 바로 절임배추였다.
장 씨는 "호주로 가서 농업 공부를 한 뒤 31살에 뒤늦게 군대를 전역했다"며 "전역 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공기 좋고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해남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경제적인 측면은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집 앞에 바닷가가 있었는데, 배 하나 사서 낚시를 즐기고 텃밭을 일구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을 하고 나니 돈이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장 씨가 이끄는 해남평화농수산물은 배추 생산부터 절임배추 가공과 유통까지 모두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배추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에서 신선도 유지에 노력해 깨끗한 배추만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 농촌 고령화로 젊은 인력이 모자란 점을 대처하고자 여러 가지 귀농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감대를 같이 하는 젊은 인력을 모아 일손을 해결했다. 실제로 2016년과 지난해 전라남도에서 개최한 박람회와 귀농 관련 교육에 거의 매번 참가해 직원 3명을 직접 채용하기도 했다.
장 씨는 온라인 직거래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절임배추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공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수익이 더 많이 가도록 돕는다고 한다.
그는 "처음 투자비는 300만원으로 이제 3년이 됐다"며 "올해는 중국과 대만 수출 건까지 합하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다들 절임배추가 판매가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없어서 못 팔기 때문에 면(面) 단위로 수매해 지역 상품도 같이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어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시간이 남아서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주머니도 좀 따뜻해졌다. 사업이 잘 돼가고 있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장 씨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어려웠던 점도 적지 않았다. 지역 연고나 지인도 없는 전남 해남에서 '맨땅에 헤딩'식으로 도전하다 보니 고생길이 이어졌다.

그는 "몸으로 때워 배우자는 마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배추밭·마늘밭에 가서 일하고, 전복 따는 배도 태 봤다"며 "손가락 6개에 류머티즘이 와서 구부러지지도 않고, 아침에 인대가 늘어나 앉은뱅이가 된 줄 알았던 적도 있다.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다"고 되돌아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힘들게 하지 말자, 어차피 하는 것 제대로 하자'고 말해 힘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장 씨 외에도 청년농부협동조합 우주혁 이사장, 청년귀농 장기교육 김은호 교육생, 연암대 김기태 학생, 은아목장 김지은 실장 등이 나와 청년 창농 경험담을 들려줬다.
경기도 여주에서 젖소 80마리를 키우며 연 매출 8억원원을 올리는 김지은(33·여)씨는 직접 생산한 신선한 우유로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식품도 가공해 매일 내다 판다. 원래 꿈은 디자이너였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귀농을 선택했다.
김 씨는 "목장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목장 일을 업으로 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큰 관심이 없다가 20대 초반에 갑자기 목장에서 일하며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다. '목장에서는 냄새가 난다'는 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되돌아봤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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