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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갓나리츠'의 배신…"P2P업계 규제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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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갓나리츠'의 배신…"P2P업계 규제 마련 시급"
138건 중 10건만 약정대로 사용…나머지는 돌려막기·주식투자
안전장치로 도입한 '에스크로 계좌' 역할 못 해 추가 피해 우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개인 간(P2P) 대출 중개 회사인 아나리츠는 개업 초기인 2016년 10월에는 대출상품 1건당 투자유치 금액이 1억 원에 불과했다.


P2P 대출은 중개 업체가 투자자들을 모집해 투자금을 사전에 공지한 차용인에게 빌려주고 이후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다.
업계 1위 중개 업체의 올해 3월 기준 누적대출액이 3천억 원을 돌파한 것에 비춰보면 아나리츠는 개업 당시만 해도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수많은 중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다.
그러던 아나리츠는 올해 대출상품당 투자유치 금액이 10억∼3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한 대출상품의 경우 목표 금액인 20억 원을 10분 만에 '완판'할 정도로 아나리츠는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확실히 지급하는 믿을 만한 중개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원금과 이자 외에 백화점 상품권을 보너스로 주기도 해 '갓(God)나리츠'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수원지검 특수부(박길배 부장검사)는 아나리츠의 운영자와 대표 등 임원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아나리츠의 어두운 이면에는 일명 '돌려막기'가 있었다.
운영자 김모(37) 씨 등은 개업 초기부터 올해 6월까지 대출상품 138건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 1만여 명에게서 3만7천222차례에 걸쳐 1천138억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
하지만 김 씨 등이 약정한 대출상품에 투자금을 사용한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28건의 대출상품은 이른바 허위상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허위상품을 내세워 끌어모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로 주는 돌려막기와 주식투자에 멋대로 사용했다.
결국, 현재 322억 원의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향후 회수 가능한 112억 원의 대출채권 외 나머지 210억 원을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씨 등은 지난달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또 다른 대출상품에 대한 투자금을 받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곧바로 중단시키는 등 그나마 피해를 줄인 게 이 정도다.


이렇듯 아나리츠가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멋대로 쓸 수 있었던 것은 P2P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개 업체가 받은 투자금은 에스크로(거래가 안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삼자가 자금을 보관하도록 하는 제도) 계좌에서 별도로 관리되지만, 차용인이 상환한 돈은 중개 업체가 관리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지연 지급되거나 전용·횡령의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리금을 받아 다른 용도로 돌려막기를 하는지, 내부 운영자금으로 쓰는지 투자자는 알 길이 없다"며 "P2P 업체가 부도를 내고 잠적하면 차입자도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크로 계좌 또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일종의 안전장치로 투자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나리츠도 에스크로 계좌가 있었지만, 이 계좌를 관리하는 업체가 투자금을 차용인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아나리츠에게 줘 안전장치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업체들의 에스크로 계좌도 이처럼 부실하게 운영된다면 제2의 아나리츠 사건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P2P 업계의 문제가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 민병두·박광온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등은 각각 P2P 금융업에 대한 규율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업체가 고의·과실로 위법 행위를 해서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민병두 의원안)나 대출서류에 위반하는 행위로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김수민 의원안) 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zor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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