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며 힘받은 '같이 살래요', 30% 후반 갈까
유동근-장미희 '올인'에서 점차 주변인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시청률 45% 대기록을 쓴 전작 '황금빛 내 인생'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KBS 2TV 주말극 '같이 살래요'가 최근 자체적인 스퍼트를 내고 있다.
1회 23.3%(닐슨코리아)로 출발한 '같이 살래요'는 유동근-장미희와 황혼 로맨스에 힘입어 12회에서 30%를 넘겼고, 이후 다시 정체기를 갖다 지난 1일 방송한 31회에서 34.2%를 찍으며 35% 돌파를 목전에 뒀다.
◇ 모든 캐릭터 익숙해지며 유동근-장미희 부담 덜어
'황금빛 내 인생'처럼 스피디한 전개와 반전 없이 경쾌한 톤만 유지해온 '같이 살래요'가 그래도 초반에 30%를 넘을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박효섭 역의 유동근과 이미연 역의 장미희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 크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순수함과 유쾌함, 나아가 '귀여움'과 멋지고 예쁜 외모까지 그대로 간직한 두 중년 배우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안기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함께 견인하는 데 주된 공을 세웠다.
그러나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하는 주말극의 특성상 두 사람에게만 시선이 쏠린 것은 분명히 이 드라마의 약점이 됐다. 또 30회가 넘기까지 두 사람의 관계를 우려 또는 방해하는 주변 인물들, 그럼에도 굳건한 효섭과 미연의 스토리가 반복적으로 풀린 것도 지루함을 안겼다.
하지만 30회가 넘어가면서 중반까지 구축해온 인물들의 세부적인 감정선이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졌고, 설득력을 점점 얻기 시작했다.
주인공임에도 주변 인물로만 보였던 유하(한지혜 분)-은태(이상우) 커플도 애절한 로맨스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미연의 아들 문식(김권)과 효섭의 갈등, 문식과 효섭의 아들 재형(여회현) 간 갈등, 재형과 다연(박세완), 그리고 문식의 삼각관계도 부각되며 유동근과 장미희가 짐을 나눠서 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권이다. 문식은 이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얼핏 보면 '천하의 불효자식'이지만 30회에 이르기까지 쌓아온 감정선 덕분에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고, 때로는 짠하게도 느껴지는 인물이다.
황의경 CP(책임프로듀서)는 5일 "중반 이후부터 유동근-장미희 등 선배그룹과 이상우-한지혜, 박선영 등 중간그룹, 여회현, 금새록, 김권, 박세완 등 신인그룹이 훌륭한 조화와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며 "또 극의 중심인 유동근 씨가 드라마에 대한 열정과 후배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작품을 꽉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 연상녀-연하남, 싱글맘 재혼 등 시대상 반영…일부 고루한 설정도
마냥 착한 스토리에 경쾌할 것만 같았던 '같이 살래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과도기에 오는 인물 간 갈등 등 극적인 요소도 대두하고 있다.
황혼 커플인 효섭과 미연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중장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황혼 로맨스가 옛 드라마들에서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거나 '쉬쉬' 하는 분위기로 담겼다면 이 작품에서는 '쿨'하고 재밌게 그려져 극을 이끈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자녀들과의 갈등이 불거졌고,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연상녀-연하남 부부인 선하(박선영)-경수(강성욱) 커플과 경수의 어머니 아미(박준금)와의 관계도 그동안 주말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우 훈훈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랑의 장애물 같았던 아미는 점점 고부갈등이 아닌 바람직한 고부관계의 상징처럼 자리 잡으며 극의 재미를 견인하고 있다.
은태와 유하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 커플이다. 싱글맘 유하가 은태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인 장애물들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이어질 것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말 가족극 특유의 고루한 설정은 일부 눈에 띈다.
효섭이 자신의 자녀들과 미연의 아들 문식을 친하게 만들기 위해 주2회 집에서 차린 식사, 숙박을 요구하는 방식이나 그로 인한 자녀들과의 부딪힘은 세대 갈등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상투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황의경 CP는 "모든 커플의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어느 커플도 쉽게 사랑이 완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주말극의 공식과 전형에서 조금은 더 확장되려고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면서 극의 재미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사랑과 행복의 소소한 의미와 감동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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