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시선집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직접 뽑은 시 54편 수록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햄버거에 대한 명상'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 장정일(56)의 시선집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책읽는섬)이 출간됐다.
그가 '국시' 동인 시절 발표한 시부터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상복을 입은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서울에서 보낸 3주일', '통일주의', 김영승과의 2인 시집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 '천국에 못 가는 이유' 등에서 직접 가려 뽑은 54편이 담겼다. 몇몇 시편은 이번에 새로 엮으며 제목과 내용 일부를 다듬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문학을 공부해 1984년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 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뚜렷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일반적인 시적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대담함"이 담겼다는 평을 받으며 스물다섯 살에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시집 표제작은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전파가 되었다.//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준 것처럼/누가 와서 나의/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사랑이 되고 싶다./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라디오가 되고 싶다."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전문)
시인은 책머리에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썼다.
"스님이 그냥 스님이듯 시인은 그냥 시인이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시나 모국어의 순교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잘못 산 인간들일 뿐이다." (글 일부 발췌)
116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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