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윤종빈 감독 "이 시대에 필요한 공존·화해를 말한 영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공작'은 지난 20년간의 남북 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에요. 첩보극이지만 본질은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고 남북의 공존과 화해를 말하는 영화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이 다음 달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지난 5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먼저 베일을 벗은 '공작'은 '웰메이드 첩보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 북한에 침투한 실존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황정민 분)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윤 감독은 3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안기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 첩보기관도 댓글만 다는 게 아니라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1993년 북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자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모르는 가운데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흑금성은 베이징 주재 북한의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접근한다.
그는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의 믿음을 얻고 그를 통해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1997년 남한의 대선 직전 흑금성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남북 수뇌부가 은밀한 거래에 나선 것을 감지하고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시놉시스에서 드러나듯이 '공작'은 1993년 1차 북핵위기와 1997년 총풍사건 사건을 핵심 소재로 삼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첩보물' 하면 흔히 떠오르는 화려한 액션 장면은 전혀 담지 않았다. 실제 첩보활동에서 총격전이나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자체가 임무실패를 의미한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은 "액션은 없지만 '구강액션'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액션 장면 대신 밀도 있는 대사와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배우 조진웅 역시 "촬영하면서 제가 긴장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런 묵직한 긴장감을 직구처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액션이 있으면 거기에 기댈 수 있는데 실화 베이스라서 액션을 넣을 수 없었다"며 "고민하다가 정공법으로 가기로 했다. 대화가 주는 긴장감을 작품 전체의 컨셉트로 잡기로 하고 액션은 없지만 대화가 액션처럼 느껴지도록 찍었다"고 부연했다.
'공작'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24일 크랭크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남짓 된 지난해 7월 촬영을 끝냈다.
당시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한미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으로 맞섰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 끌어안고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사람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소회를 묻자 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감동적이고 뭉클했다"며 "특히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답했다.
공작의 개봉일은 다음 달 8일로 정해졌다. 올해 한국영화 중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신과함께-인과 연'의 개봉일이 8월 1일인 만큼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윤 감독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과 함께'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친하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모든 작품이 고생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 제작발표회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