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박원순 "한달간 강북으로 시장실 이전"…강남북 균형발전 강조(종합)
"한강변 재건축 35층 제한 관철…재개발 해제된 지역에 인프라 투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이 "책상머리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절박한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며 서울 강북구에서 한 달간 시장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2일 서울시청에서 취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발표하고 "저로서는 출퇴근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람을 더 많이 만나야 하므로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종로구 공관에서 서울시청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박 시장은 이르면 이달부터 한 달간 강북구에 거주하며 시청을 오가게 된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강조해온 강남·북 균형발전 의지를 담은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박 시장은 2012년 11월 은평구 뉴타운의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해 9일간 현장 시장실을 운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되돌아보며 "SH공사가 지은 아파트 600여 채가 팔리지 않았는데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며 "현장에선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들리지 않았던 것이 보고 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이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금천구 현장시장실 운영 의사도 밝힌 만큼 현장시장실은 '금천구 한 달 살기' 등 다른 곳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문답.
-- 3선 성공으로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소감은.
▲ 3선의 길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서울시민이 제가 7년간 보여온 변화에 공감하고, 그 변화를 지지한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외국의 많은 도시는 한 시장이 10년 또는 그 이상 시장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해보니 어떤 정책을 펴도 5년 내외로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한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 미세먼지와 관련한 보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 이미 미세먼지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좀 더 업그레이드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전기차 8만 대를 4년 안에 공급하고 중국 도시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
-- 카드수수료 인하의 경우 업계에서 반대하고 법 개정 등 걸림돌이 많다. 어떻게 돌파할 계획인지.
▲ 기술적으로는 0%대 수수료가 완벽하게 가능하다. 선거 기간 중 다른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도 카드수수료 인하 약속을 했다. 카카오페이 등 민간에서도 동참하며 이제 전국적 어젠다로 확산한 상태다. 봇물이 터졌다고 본다. 중국에서도 하는 일을 기술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아직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강남북 균형 발전을 강조해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시환경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있나.
▲ 초과이익 환수제는 서울시 정책이라기보다 중앙정부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를 철저히 관철해 부담금을 서울 전역에 쓰겠다는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 강남 지역에 개발이 집중되며 강북 지역이 낙후돼 온 게 사실이다. 관문도시 개발,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기계적 평등'의 원칙을 '실질적 평등'으로 바꿀 것이다. 재개발 지역은 해제할 곳을 해제하고 남은 곳은 수개월 이내에 다 정리하겠다. 해제된 지역에 대해선 도시재생 인프라 투자를 해 용산 건물 붕괴 같은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
-- 한강변 재건축 35층 제한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나.
▲ 한강변 재건축 35층 제한은 저나 서울시 직원이 결정한 게 아니라 시민들이 결정한 것이다. 법정 최상위 계획인 '2030 서울플랜'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냈으며, 우리 시대 시민들의 합의 과정을 거쳤다. 이를 쉽게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상암동 롯데몰 개발에 대한 생각은.
▲ 상암동 롯데몰은 대형 복합쇼핑몰과 소상공인·자영업·골목상권이 충돌하는 상징적 장소다. 시민 삶을 바꾸는 데 집중한다는 제 약속의 전초에 서 있는 문제다. 롯데몰 허가를 안 내주겠다는 게 아니다. 상생 방안을 충분히 고민해 해결하겠다. 우리는 그간 속도(스피드) 중심의 도시를 만들어왔다. 일본의 롯폰기힐스 개발은 18년의 과정을 거쳤다. 도시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충분한 고려를 통한 합의를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
-- 앞으로 4년 시정에 있어 청년 일자리, 실업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가.
▲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교류·교역 확대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의선 복원이라든지 시베리아 횡단철도·고속철 연결, 고속도로 연결 등 수많은 인프라와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이 가능하다. 서울과 평양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평양 인근 남포공단과 협력해 한계산업에 도달한 경공업, 생활산업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대규모로 만들어질 수 있다.
-- 최근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 거주 외국인도 많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이민자에 대해 서울시가 가진 견해는.
▲ 우리는 지금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유럽은 오랜 경험을 통해 난민과 관련한 나름의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우리는 낯설기 때문에 논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논쟁을 통해 적절한 대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 안전과 난민 포용 문제는 반드시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무역 7대 대국, 10대 경제 대국, 700만명의 해외동포가 있는 나라로서 국제적 위상을 가지려면 책임도 다해야 한다.
-- 서울시도 52시간 근무제에 최대한 동참하겠다고 밝혔는데.
▲ 당선 후 처음 출근해서 내린 행정명령 1호가 52시간 근무제 동참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고서 서울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공무원 초과수당 문제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것들만 해결되면 확실히 52시간 근무제에 동참할 수 있다. 외국 전문가들은 52시간 근무도 너무 많다고들 한다.
업무를 줄이기 위해선 인력 증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하면 시민 대비 공무원 숫자가 3분의 1밖에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도 공무원 수는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할 것이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